미국 워싱턴 포스트지는 22일 취임 100일을 맞은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평가했다. 포스트지는 부시 대통령이 내부의 정책 혼선
등으로 인해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보도의 요지.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은 선거유세 중 동맹국들과의 관계
강화를 거듭 다짐했다. 이는 동맹국들과의 전통적 유대를 소홀히 해온
민주당의 관행을 뒤집는 것이었다.
그러나 취임 3개월이 채 못돼 부시 행정부는 유럽과 아시아 많은
맹방들의 반감을 샀다. 국가미사일방어(HMD) 체제 구축 계획으로 유럽
국가들을 자극했고,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을 돌연 중단해 한국을 당황케
했으며,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 거부 결정으로 전 세계의
분노를 샀다. 영국의 한 고위관리는 "미국은 '영광스러운 섬'에 홀로
앉아있다"는 말로 많은 동맹국 지도자들의 불만을 집약했다.
신임 행정부의 이 같은 불안정한 접근방식은 부시 팀 내에 동맹국 관계를
어떻게 최선으로 이끌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교감이 결여돼 있음을
반증한다. 특히 국무부와 국방부, 백악관과 사이에 단층선(단층선)이
있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차이들은 부분적으로 전문가들이 말하는 주요 정책 입안자들의
세계관 다양성에서 기인한다. 파월 장관의 국무부는 미국이 외교 현안을
다룸에 있어 다른 국가들과 나란히 간다고 보고 있다. 이에 비해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 국방장관과 체니(Cheney) 부통령은 비타협적
자세를 취해, 일방적 행동을 선호하고 대부분 국가들보다 훨씬 보수적
노선을 추구한다.
실제로 동맹국들의 감정을 자극한 주요 조치들은 국무부 밖에서
결정되고, 파월 장관은 수시로 그 상처를 치유하는 데 나서야 했다. 예를
들어 교토의정서에 대한 미국의 당초 입장이 번복된 것은 주로 백악관
의사에 따른 것으로, 체니 부통령과 로런스 린지(Lawrence Lindsey)
대통령 경제보좌관을 주축으로 한 백악관 에너지팀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을 압박한 것 역시 백악관이었다. 부시는 워싱턴을
방문한 김 대통령에게 바로 전날 파월이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 계속을
시사한 것과 달리 북한 미사일 개발 억지를 위한 대북 협상 중단 뜻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외교정책에 관한 선거유세에서 "동맹국들이 필요로 할 때
의지가 돼주는 것은 물론, 그렇지 않을 때라도 미국은 동맹국들을 존중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파트너이지, 위성들이 아니다.... 이는 더
많은 미국의 협의와 리더십을 요하는 것"이라고 밝혔었다. 외교정책
분석가들은 그러나 미 행정부가 파트너들에게 불필요한 불안을
유발했다고 지적한다. 브루킹스 연구소에 근무중인 제임스 린지 전
국가안보위원회(NSC) 위원은 "관에서 튀어나와 필요 없는 문제들을
야기했다"고 비유했다. 그리고 "당초 약속과 실제 이행 사이의
이탈현상"이라고 표현했다.
동맹국들과의 관계 경색은 무역 증진과 무기확산 방지에서 이라크 제재를
위한 국제적 공감대 형성에 이르는 미 행정부의 최우선 외교 정책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다른 한 유럽 외교관은 미국의 교토의정서 거부가 분수령이 됐다고
말한다. "유럽 여론에는 재난에 가까운 것이었다"며 "이제서야 그
것을 이해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아시아쪽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부시가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 중단을
발표함으로써 파월 장관의 의견을 번복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손상시킨 것이다. 제시카 매튜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장은 "남북화해의 주역을 데려다 놓고 공공연히
굴욕감을 주었다"고 말한다. 일부 한국 언론들은 국가에 대한
모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의 조지프 비든 민주당 상원의원은 부시-김 대통령
만남을 "대재앙"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조지타운대학 연설을 통해
"어떻게 전략적 동맹자인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미국의 의도에 대해 더
혼란만 느끼고 돌아가도록 만들었는지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