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책(e-book) 산업이 무르익기도 전에 불법 복제된 전자책
파일(txt)들이 인터넷을 통해 마구 교환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세계적 논란을 낳았던 음악파일(mp3)에 이어 저작권 분쟁이
제기될 전망이다.

22일 오전 서울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에서 지하철에 올라탄 K대 2학년
김모(20·서울 삼성동)군은 자리에 앉자마자 주머니에서 손바닥만한
단말기를 꺼내 들고 액정화면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김군은 학교까지
가는 1시간 30분 동안 단말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작년부터
'개인휴대단말기(PDA)'에 '해리포터' '러브레터' 등 인기 소설의
텍스트 파일을 넣고 다녔다는 김군은 이렇게 읽은 책이 150여권에
이른다며,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 편리하다"고 말했다.

올 들어 '개인휴대단말기'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MP3플레이어'에
음악파일을 담아 듣는 것처럼 전자책 파일을 PDA에 넣고 다니면서 읽는
것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한 국내 PDA 생산업체의
관계자는 "올 들어 월별 PDA 판매량이 작년보다 4배 증가했다"며
"고객 중 상당수가 전자책을 읽는 용도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전자책 파일의 수요가 늘면서 인터넷에는 베스트셀러나 인기소설의
텍스트파일을 교환하는 사이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23일 현재 한
인터넷사이트 게시판에는 '람세스' '로마인이야기' '퇴마록' 등
인기소설 200여권이 텍스트파일 형태로 올라와 있었다. 이런 사이트
10여곳이 현재 성업 중이고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이 사이트들에서 교환되는 텍스트들 대부분이 불법 복제물이라는
점이다. 저작권 심의조정위원회 서달주(51) 연구원은 "출판물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디지털 파일로 변환, 인터넷에 공개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을 만드는 경우 복제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텍스트파일들이 유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책 관련 50여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 전자책
컨소시엄'의 이문학(40) 사무국장은 "저작권 침해와 관련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자책 자체가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저작권 분쟁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전자책 분야의 전문가인
김정한씨는 "미국은 동서양 고전을 전자 문서로 변환, 무료로 보급하는
'구텐베르그 프로젝트'를 오래 전부터 추진했다"며 "돈 주고도
전자책을 살 수 없는 국내 현실에서 성급하게 '불법'을 비난하기 전에
합법적인 읽을 거리를 보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