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20일 "21세기 한국의 기본 과제는 경제의
성장기조를 유지하면서 민주적 대의정치를 구현한 뒤 남북통일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은 한국 사회가 정치적
근대화, 즉 민주적 대의정치를 구현하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단계에서
그 다음 단계인 남북통일에 역점을 바꿈으로써 내부적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 전 총리는 이날 한나라당 정치학대학원 특강에서
"김영삼·김대중 두 대통령은 천신만고의 민주화 투쟁 끝에
대통령이 됐지만 정치권의 병폐는 여전하다"며 "결국 두 대통령의
민주주의가 정권 획득을 위한 구호의 정도를 넘지 못했고 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륜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남 전 총리는 "과거의 민주투사들과 같이 정권 획득의 명분이나 좌파적
반체제 운동의 구호로서 민주주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민주사회를 건설하는 그런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남 전 총리는 "집권자가 검찰과 국세청 등의 권력기관을 정치 통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특정기업 혹은 언론기관을 길들이기
위해 또는 정적의 비위를 캐고 자기측의 비위를 덮어 두기 위해
세무당국이나 또는 검찰을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 전 총리는 "민족의 통일이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는
통일지상주의자들의 주장은 매우 공허한 것"이라며 "자유민주와
독재체제가 공존하는 통일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통일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남 전 총리는 "민주화 운동가들은 남한의 상대적
독재에 대해서는 소리를 높이지만 북한의 절대적 독재에 대해서는 별로
말이 없다"고 말했다.

남 전 총리는 "북한에도 민주화 세력이 없지 않은데 우리 정부는 이들을
고무할 처지에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한국이나 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북한 민주화 운동을 마치 통일운동의 방해자처럼 볼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 전 총리는 "중국의 경험이 북한에 시사하는 점은 개혁과 개방은
어차피 체제 전환을 불가피하게 하며, 체제전환없이는 경제성장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라며 "남북간의 경제협력은 그것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평양의 체제전환을 촉진할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