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출판되자 마자 미국의 '일본학' 학계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킨
한권의 책이 있었다. 얼마 전까지 하버드대학 교수였고 현재 일본
히토쓰바시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허버트 빅스(Herbert P Vix)
교수가 쓴 히로히토 일왕의 전기였다.

원제가 '히로히토와 현대일본의 형성'인 이 책은 인간 히로히토와
통치자로서의 히로히토 일대기를 다루면서 2차대전 당시 히로히토의
역할과 전쟁책임을 역사적 사료를 근거로 철저히 파헤쳐 미국의
내로라하는 학자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히로히토는 다른
것은 모두 제쳐놓는다 하더라도 그의 이름으로 자행된 태평양전쟁에서
아시아인 2000만명, 일본인 310만명, 미·영 등 연합군 6만여명의
희생을 가져온 장본인이다.

그러나 맥아더 점령군 사령부는 히로히토에게 어떠한 전쟁책임도 묻지
않았다. 일본 점령기간 동안 히로히토를 이용할 필요가 있는 데다 종전
후 바로 찾아온 냉전기류에 묻혀 히로히토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이 히로히토 전기를 읽는 미국인들은 분노를 참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찰머스 존슨 교수의 서평이다. 미 정부 고위관리들
조차 2차대전 당시 히로히토의 역할에 대해 그동안 철저하게 숨겨왔다는
것이다.

'히로히토 전기'의 저자 빅스 교수가 올해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전기'는 1901년 4월 메이지의 첫 손자가 태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21세의 왕세자 요시히토가 있었지만 그 요시히토는
뇌막염 환자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운 정신적 장애인이었다. 그 밑으로
태어난 히로히토는 아버지(대정) 시대를 거쳐 소화시대를 연다.

그가 바로 중일전쟁에 이어 제2차대전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히로히토
전기'는 만주침략, 남경대학살, 생체병원균 실험 등 가증스러운
일본군의 만행과 조선인들의 저항을 보여준다. 왕세자를 암살하려 했던
박열 사건의 진상과 국내 언론의 '항일' 노력도 보여주고 있다.
히로히토전기와 일본교과서의 역사왜곡이 새삼 비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