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염은 흔한 병이다. 4세 이하 유아들은 감기만 앓아도 70~80%는
중이염을 앓는다. 다만 감기가 나으면서 중이염도 낫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성장하면 이런 증세가 크게 줄어든다. 어린이들이 중이염에
잘 걸리는 이유는 귀와 코(목)를 연결하는 '유스타키오관'이 짧아 감기
바이러스가 이 관을 타고 올라가 감염을 잘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만성중이염은 잘 낫지 않는다. 만성중이염은 크게
▲만성 화농성 중이염, ▲진주종성 중이염으로 나눈다. 만성 화농성
중이염은 중이의 염증에 의해 생긴 고름이 고막의 구멍을 통해 가끔
흘러내리는데,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 반면 진주종성
중이염은 염증이 뇌쪽으로 진행, 심하면 뇌막염으로 사망할 수 있고,
염증이 안면신경 쪽으로 번지면 얼굴마비로 입이 돌아가거나 눈을 감지
못하는 증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16일 수원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박기현 교수팀의 수술을 받은 회사원
박모(24)씨. 초등학교 때부터 왼쪽 귀에서 고름이 나오기 시작, 그동안
오래 치료를 받아왔지만 완치되지 않고 귀에서 심한 냄새가 나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 이날 수술을 받게 됐다.
전신 마취 후 우선 왼쪽 귀 위쪽 3㎝ 부분의 두피를 가로로 3㎝쯤
절개하고, 그 안에서 얇은 근막을 직경 2.5㎝ 크기로 떼냈다. 이 근막은
수술 후반에 고막으로 만들어 붙인다.
다음 귀와 머리가 붙은 부위를 따라 절개했다. 그 안에 일부 근육과
조직을 절개하자, 뼈가 보였다. 이 뼈를 드릴로 뚫고 들어가는 작업이
시작됐다. 이렇게 뚫고 들어가면 '유양동'이라고 부르는 귀 뒤쪽의
뼈를 거쳐 중이에 이르게 된다. 이 부분의 뼈와 그 주변으로
안면신경들이 복잡하게 지나가기 때문에 드릴작업은 현미경을 수시로
보면서 매우 미세하게, 천천히 진행됐다. 대개 3시간 가량 걸린다.
유양동을 깎아낸다고 해서 이 수술을 '유양동삭개술'이라는 어려운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드릴로 계속 파고 들어가자 염증으로 파괴된 뼈 조직이 조금씩 보였다.
그리고 중이쪽에서 보석 진주모양의 흰 덩어리(진주종)도 나타났다.
진주종의 발생 원인은 아직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염증이 생긴 중이와
유양동 일부, 그리고 외이의 한쪽 벽을 제거했다.
다음은 고막과 중이,유양동의 피부를 재건하는 작업이다. 미리 고막에
부딪힌 소리를 달팽이관에 전달해주는 작은 뼈인 이소골이 염증으로
파괴돼 없기 때문에 인공 이소골을 넣어주어야 한다. 흰색으로 직경
3㎜에 길이 5㎜ 가량의 압정 모양의 인공 뼈를 세운 뒤 그 위에
귓바퀴에서 떼어낸 연골을 얹고 다시 그 위를 미리 떼어뒀던 근막을
덮었다. 근막 테두리를 따라 '젤폼'이라고 하는 조직을 재생시켜주는
약물을 넣고 주변 피부조직을 당겨 붙이는 작업이 계속됐다. 이렇게
해두면 근막을 따라 피부가 살아나와 고막이 되며, 다른 부분에서는
살아나온 피부가 뼈를 덮게 된다고 한다. 4시간여에 걸린 수술이
마무리됐다.
박기현 교수는 "3~4주쯤 지나면 살아난 조직이 인공뼈를 고정시켜줄
것"이라며 "외이도 후벽을 제거하고 수술했기 때문에 청력은 약 30%쯤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