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은 평생 시계를 차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소설가 은희경은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목욕이나
수영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시계를 왼팔 손목에 차고 있다.
잠자리에서도 시계를 풀어놓지 못한다. 자다가도 곧바로 시간을 확인하지
못하면 몹시 불안하기 때문이다.

수백여년 전 유럽에서 중세 물레방아와 풍차에서 습득한 기계공학적
기술을 바탕으로 시계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은 이 발명품이
얼마나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인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도시의 중앙 광장에는 거대한 시계가 등장해 시민들의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당시 상인들은 순간순간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했던지 계약서에 날짜와 시간을 같이 기록할
정도였다.

점차 휴대할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든 시계들이 사람들의 주머니나
손목에 개 목걸이처럼 달리기 시작했고, 이 근사한 근대적 발명품은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 이후로 잠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 일하는
시간과 노는 시간, 밥 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 등등 우리들은
시계의 리듬에 맞춰 춤출 수밖에 없는 꼭두각시가 되었다. 휴대폰이라는
새로운 발명품은 잠시라도 시계의 리듬을 망각한 사람들을 혼내준다.

인간의 삶은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인간이 시간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서 만든 시계라는 도구가 이제 우리를 지배하게 되었다.
지금도 걱정스러운 것은 순수하고 좋은 의도에서 나온 각종 과학기술
성과들이 앞으로 또 어떤 거대한 족쇄가 되어 되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