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의땐 "자율고시" 통과되니 "타율고시"…개입 서두르는 인상 ##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6일 밝힌 신문고시 운영방안에 대해 일부 민간 규개위원들이 당초의 합의정신과 다르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공정위가 신문고시의 부당성을 역설해온 규개위원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신문협회 자율규제’란 카드를 제시했으나, 일단 신문고시안이 통과되자 ‘타율규제’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민간 규개위원들은 신문고시 제정에 합의한 것은 ‘신문협회의 자율규제를 우선한다’는 조항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지금까지의 자율규제를 앞으로도 계속하고, 이를 위해 충분한 시간과 자율이 부여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일부 조항은 신문협회의 자율규약과 관계없이 처음부터 직접 조사해 처리하고, 또 자율규약이 준수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7월 1일 이후 언제든지 직권조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신문협회와 별도로 전국 4곳에 신고센터도 운영하겠다고도 밝혔다.
정순훈 배재대 교수는 “신문고시 부활의 정당성이 없어 계속 반대했지만, 공정위가 신문협회의 완전 자율에 맡긴다는 뜻을 거듭 피력해 통과시켜줬다”며 “공정위가 협회의 자율규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재량권을 갖고 조사를 벌이기 시작하면 자율규제의 취지가 퇴색되고, 언론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규개위가 지난 13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자율규제 우선 원칙’을 부칙에 넣지 않고, 본문에 삽입한 것도 이런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민간 규개위원들은 공정위가 신문고시가 통과된 직후 “신문사 지국에 대한 불공정거래는 사업자단체인 신문협회가 자율규약을 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정위가 직접 조사해 처리하겠다”고 발표하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일섭 한국회계연구원장은 “자율규약에 고시의 모든 내용을 담아 신문협회가 전권을 갖고 활동하도록 한다는 취지였다”며 “일부는 신문협회가 집행하고, 나머지는 공정위가 직접 맡는 것은 합의정신을 무시한 처사”라고 밝혔다.
신문업계에선 공정위가 전국 4곳에 운영하겠다는 신고센터가 언론탄압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점도 지적한다. 신문협회 관계자는 “현재 신문협회에 접수되는 신고는 독자 전화보다는 경쟁관계에 있는 신문지국 간의 ‘음해성 신고’가 많다”며 “이를 빌미로 정부가 비판적 신문에 대해 혹시라도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신고센터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전국적 규모에 적지 않은 인력의 조직이 필요한데 현 공정위에 그런 여력이 있는지도 문제다. 현재 일본 신문협회의 경우 신문시장 자율규제를 위해 독자 신고를 받고 단속하는 데 약 200명의 인원이 활동하고 있다.
한편 이남기 공정위 위원장은 16일 지방신문의 폐해 문제를 집중거론하며 신문시장 질서의 혼탁을 강조함으로써 신문고시가 시작되면 1차로 지방신문들을 타깃으로 삼을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은 “소규모 지방에 신문사가 6~7개나 되는 곳도 적지 않으며 ‘넥타이만 매면 기자’란 말이 있을 정도로 지방신문 폐해가 크다”고 말해 경영사정이 좋지 않은 일부 지방지들이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