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노동신문의 글을 통해 "미제 침략군의 위협을 받는
조건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무력 축감(감축)을 할 수 없다"고 주장 한
이유는 무엇일까. 6·15 공동선언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이 주한미군의 주둔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거듭 밝힌 바 있어
북한의 이 주장은 눈길을 끈다. 특히 김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
당국자들이 그동안 넓은 의미의 군축을 위한 시작 과정인 '군사적
신뢰 구축'을 북한과 우선 협의하겠다고 말한 취지와도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한미군은 놓아둔 채 일방적으로
북측의 재래식 무기만 감축하라는 대화의 전제조건을 거부한
것"(고유환 동국대교수), "미·북은 핵과 미사일, 남·북은
재래식 무기 감축을 논의하자는 우리의 역할분담론도 거부한
것"(유호열 고려대교수)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그러나 "단순히 대화조건을 거부한 것이라기보다,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를 '동북아 균형자'가 아니라 북한을 위협하는
'침략군'이라는 데서 찾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번 발언이
나온 이상, 북한이 과거처럼 미군철수를 주장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적어도 자신들의 군축과 주한미군 철수를 연결시켰다는
점은 북한이 주한미군을 '철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군사당국자 회담이 열리더라도
북이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협상에 임할 것인지가 불투명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남한 및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앞두고 군사분야에
관한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술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