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노력해 이어온 야학입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는데...』 인천시 남구 주안5동 연흥아파트의 2층 짜리 허름한 상가에 있는 인향중ㆍ고등학교.
올해로 개교 38년째를 맞아 인천에서 가장 오래 된 야학이다.
생활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다니지 못한 근로 청소년, 입시 교육에만 빠져 있는 정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쫓겨나거나 뛰쳐나온 학생, 어릴 때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뒤늦게 학교를 찾아 나선 아주머니…
낡고 좁은 교실이지만 이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편하고 고마운 공간이다.
18세~65세의 학생 65명은 이곳에서 오후6시부터 하루 4시간씩 27명의 대학생, 주부 선생님들에게 무료로 수업을 듣는다.
둘째 시간이 끝나면 골방 식당에 모두 모여 선생님들이 끓인 라면으로 저녁을 먹는다.
어려운 학교 형편 때문에 라면에 넣는 계란이 빠지는 날도 있고, 김치 없이 먹어야 하는 때도 있지만 모두가 한 식구 같기에 여기서만은 아쉬울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다.
가끔씩 취직한 졸업생들이 찾아오면 한바탕 잔치가 벌어진다.
실컷 웃고 떠들며 술잔을 기울이던 잔치는 어려웠던 시절, 함께 다독거리며 다시 한번 의지를 가다듬던 날들의 이야기 끝에 눈물 범벅으로 끝나기 일쑤다.
『세월이 참 빠르네요. 시커먼 얼굴로 구두닦이통 매고 찾아온 애들을 앉혀놓고 처음 공부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지난 66년 이 학교를 세워 지금까지 이끌어 오고 있는 김형중(56)교장은 대학 때 선배를 따라 야학에 갔다가 그의 일생을 모두 이 길에 들여놓게 됐다.
그 동안 학교를 9번이나 옮기며 때로는 베니어판을 쪼개 칠판으로 쓰고, 절에서 쓰다 버린 양초를 모아 불을 밝히고 수업하던 시절을 넘어와야 했다.
그래도「제도권 교육이 수용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야학도 없어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 시절을 버텨온 그이건만 요즘 그의 얼굴에는 다시 그늘이 서려 있다.
건설업을 하는 친구가 빌려 준 지금의 학교 건물이 친구의 부도로 최근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마땅히 갈 곳이 없어 경매 법정에 탄원서도 내보았지만 효과가 없어, 이제 다음달까지는 어디로든 학교를 옮겨야 할 처지가 됐다.
『학교 간판을 내리고 그냥 자신들이 운영하는 야학에 와서 운영을 맡으라는 곳이 있어요. 하지만 인향은 이미 제 자신만이 아니라 이곳을 거쳐간 1600여 학생들의 고향 같은 곳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야 할 곳인데 어떻게 문을 닫을 수 있겠습니까.』
김교장은 그것이 어디든, 뒤늦게 힘들여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좀더 편하게 모여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수만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했다.☎863-3856
( 최재용기자 jychoi@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