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층 주상복합건물에서 부대끼며 사는 군상들 ##


여류작가 송은일(37)의 장편 '불꽃섬'(문이당)은 한 지방도시의 재개발
건물 '문시백 드림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얘기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처럼 여주인공 정희원과 그를 둘러싼 남자들이 살고 있다. 이
건물의 꼭대기 15층에 있는 스카이라운지 술집 '섬'은 희원에게는
하나의 성이다. 희원은 그러나 제 힘으론 성문 고리 하나도 채울 수
없게 나약하다. 이 주상복합형 오피스텔 건물에서 서로 소외시키고
소외당하는 개체들이 밤이면 '섬'에 모여 외로운 살갗에 상처를 내기도
하고 감싸기도 한다. 희원은 '언제나 불리한 패를 집도록 돼
있는'(197쪽) 인생이고, 상대의 약점을 곧 자기 것으로 끌어안고 함께
흔들거린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순간 그녀는 그를 위해 자신을
백지로 만들어 버리는 인간형이다(202쪽). 그 곁에는 '섬'의
지배인이자 나중에 희원과 결혼을 하는 신효섭이라는 남자가 있다. 결국
이 소설은 삶이란 '거리'(distance)라고 말하고 있다. 자아와 타자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우리는 질식당하지 않고 호흡할 수 있다.
그래야 우리는 자신 안에 자신을 비춰볼 수 있게 된다(324쪽). 송은일의
문장은 끈적이지 않는다. 독자에게 매달리지도 않는다. 그게 야박스러울
때도 있지만, 되려 독자를 편하게 한다. 무연한 척 글쓰는 태도로
아주 조금씩 나직한 목소리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김광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