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여행
김주영 지음, 문이당
김주영 신작 장편 '거울 속 여행'(문이당)은 1950년대 경상도
산골마을에 발뒤꿈치가 까맸을 어느 형제의 이야기다. 홀어미 밑에 형석
형호 형제는 배고픔을 잠으로 채웠던 유년을 산다. 술밥을 먹고 입에서
술내를 풍기며 학교에 가기도 했다. 품앗이에 허리가 휘어진 엄니가
어둠을 밟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뺨위로 눈물 자국이 말라붙던 형제들의
이야기다.
1988년 작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를 개작했다 하나, 워낙
많이 고쳤기 때문에 신작이나 같다. 김주영 문학에서 중요하게
짚어주어야 할 성장소설이면서 동시에 가장 김주영적인 소설이기도 하다.
그가 아니면 해줄 수 없는 사람 이야기고, 그것은 그에게서 들어야 하는
이야기이며, 그의 전공인 바닥 인생들에게 삶의 무늬는 더욱 곡진했기
때문이다. 해방공간과 보릿고개공간 어디쯤에 그의 삶은 뒹굴고 있었다.
물론 김주영에게서 장터가 빠질 수 없다. 장터는 당시 가장 한국적인
삶들이 풀어졌다 조여지는 신축의 주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우리 대부분은 거울을 처음 보았던 때를 기억하지 못한다. 거울은
그만큼 흔하고, 어디에나 있었다. 그러나 김주영의 어린 시절은
이발소에서 거울을 처음 대면했을 때의 감격조차 새롭다. 물론 생계의
요족을 누리는 대갓집 안방이라면, 문갑 한편에 상반신을 비춰 주는 경대
하나쯤은 놓여 있을 법하지만, 죽 끓일 보리 서홉도 없는 애옥살이에
스산하기만 했던 그들 집 안방에는 그런 물건이 놓여 있을 수
없었다(37쪽).
김주영이 새롭게 도입하고 있는 "환상적인 비현실"도 눈에 띈다.
가령 주인공이 그림의 달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47쪽), 술도가
고두밥덩이를 훔치다 모꾼 장석도에게 쫓기면서 허공을 나는 장면(23쪽)
등이다.
주인공이 교실 마룻장 밑을 자맥질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경이로움은
그 매캐한 먼지 냄새처럼 황홀하게 그 바닥으로 김주영을 이끌고 있을
것이다. 그곳은 거울 속이나 같았다. 현실과 정 반대의 손을 들어올리는
세계가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이발소의 빨갱이 주인과 소학교의
여선생님이 그림 속처럼 팔장을 끼고 살았던 세계였다.
형석은 왜 이발관의 수채화 그림을 훔쳐 내었을까. 그들은 최시계점
괘종소리가 밤새 자신들을 키웠다는 것을 언제 알게 되었을까. '우리들
또한 제 몫의 비애와 슬픔을 지니면서 괘종 소리를 따라 먼 여행길로
올라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229쪽)
술도가의 장석도와 이발관에 들어갔던 일은 엉뚱하게 간첩사건에
연루되기 시작하고…. 석도는 주인을 수채에 꼬나박아 버리고, 새경도
포기한채 막걸리 수어사발로 요기를 때우며 동네를 떠난다. 그러나
석도와 형제의 어머니와의 정분은 어찌해야 옳았을까. 끈덕지게 붙어
있는 이념대립의 상채기는 또 어떡해야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