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녁 동생과 산책을 나갔다가 길가에 떨어진 지갑을 하나
주웠다. 지갑에는 돈은 얼마 없었지만 주민등록증, 신용카드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신분증에 적혀 있는 주소를 보니 다행히 동네 근처에 있는
아파트였다. 주인이 얼마나 걱정이 될까 하는 생각에 일부러 그 주소대로
아파트를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다. 곧 집주인이 나왔고, 지갑을
분실했느냐고 물어보니까 맞다고 했다. 그래서 지갑을 돌려주었더니 냉큼
받아들고서는 아무런 말도 없이 문을 쿵 닫는 것이었다. 너무 황당했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무슨 감사하다는
인사를 듣자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예의가 없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많은 돈이 들어있지는 않았지만 분실된
주민등록증은 자칫 범죄에 이용될 수도 있는 것인데, 잃어버린 주인의
얼굴에는 고맙다는 표정 하나 보이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왜 이리
각박해졌나 하는 생각에 답답했다. 조그만 성의라도 감사할 줄 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현정 33·회사원·서울 동대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