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국가가 됐다. 네덜란드
상원은 10일 표결 끝에 찬성 46대 반대 28로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베아트리스(Beatrix) 여왕의 형식적인 승인을 포함해 최소한 2주
동안의 비준 절차를 거치면 의사들은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원할 경우 안락사를 실시할 수 있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네덜란드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난 93년 의회가 채택한 가이드 라인을 지키는 범위에서 병원과
가정에서 은밀하게 안락사가 실시됐다.
이날 통과된 안락사 합법화 법안은 의사들에게 환자의 자발적 의지에
따르도록 하고, 최소한 1명 이상의 다른 의사와 상담을 거쳐야 한다고
못박았다. 엘스 보르스트(Els Borst) 보건 장관은 상원의 승인에 대해
"매우 신중한 결정"이라며 "국민의 90%는 환자 요청에 응해 안락사를
실시한 의사는 기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상원의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의사당 바깥에서는 1만여명의 안락사
반대론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안락사 반대 단체 「생명의 외침」은 이미
2만5000여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청원서를 제출했다. 바티칸 교황청은
지난해 네덜란드 하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 뒤 강하게 비난해왔다.
한편 안락사를 비합법적으로라도 허용하는 나라들로는 스위스,
콜롬비아, 벨기에 등이 있다. 미국의 경우 오리건주가 지난 96년 이후
말기 환자에 대한 안락사를 허용했지만, 네덜란드보다는 더 엄격하다.
(파리=박해현 특파원 h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