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기 충돌사고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사과 없이 해결은 불가능하다'던 완강한 태도에서 '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었다'는 쪽으로 중국 지도자들의 말투가 바뀌고 있다.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은 10일(현지시각) 중남미 방문 3번째 국가인
우루과이에 도착, '적절한 문제해결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장주석은
"양국의 중요한 지위를 생각할 때 양국은 마땅히 적절한 방안을 찾아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중국 정부는 지금 모든 노력을 다해
해결방안을 찾고 있으며,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루 전 아르헨티나에서 "외부의 어떤 압력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하던 강경한 태도보다는 많이 누그러진
어투다.

이에 앞서 쑨위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오후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측이 미안함을 표시한 것은 문제의 해결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고 평가, 미국의 태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미국측이 협조적인 태도만 취한다면, 이 문제는 적절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 역시 하루 전 주방짜오 외교부
대변인이 아르헨티나에서 "미국의 사과 없이는 이번 사건은
해결되기 어렵다"고 강조한 것에서 몇 걸음 뒤로 물러난 표현이다.

물론 중국이 미국의 사과요구를 철회한 것은 아니다. 장 주석 역시
우루과이에서 "미국은 정찰기 공중충돌 사고에 대해 중국에 사과해야
하고 응당 책임을 져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지도자들의 공개
발언은 물밑에서 진행되는 양국 실무진간의 협상 진척도를 일정 부분
반영한다고 볼 때, 장 주석의 발언은 양국간에 상당한 협상의 진전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특히 '사과'의 표현법을 놓고
'유감(regret)'이나 '미안(sorry)' 대신, 보다 적절한 단어를 적극
찾고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이 과연 '사과(apology)'의 효과를 낼
만한 어떤 타협선을 찾아낼 지가 주목거리다.

중국측으로서도 이번 사건을 장기화하는 것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이달 중순 중국 인권문제에 대한 유엔인권위의 표결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 승무원 24명을 오래 억류한다는 것은 비난을 자초하는
길이다.

( 북경=지해범특파원 hbje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