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화 움직임 지켜본 후 시중히 개입해야 성공 ##

‘칼을 뽑았으니 호박이라도 찌르겠지?’

최근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시장전문가들의 평이다. 휴일인
지난 5일 한국은행은 이례적으로 외환보유고를 사용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지금까지 수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외환시장에 내다 팔면서 원화 환율의 급등세를 억제해 오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외환시장 개입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론이나 정석은 없다. 대내외 경제여건과 전혀 다르게 시장이
움직이거나 어떤 특정요인에 지나치게 반응한다고 여겨지는 경우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선후진국 가릴 것없이 통상적으로 행해지는 일이다.
시장개입은 시장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유도하는 것은 물론
시장참가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 8월 엔화의 이상급등시 미국과 일본이 동시에 개입한 것이나,
작년 하반기 유로(Euro)의 약세를 저지하고자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동반개입한 것 등이 좋은 예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97년 말 IMF 외환위기
직전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 같은 외환시장 개입이 거의 실패로
끝났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미 하버드대 그레고리 맨큐(N Gregory
Mankiw) 교수는 유로화 약세를 반전시키기 위한 선진국들의 공동개입에
대해 "몇 차례의 개입을 통해 드러난 것과 같이 그 효과는 단기적일
뿐"이라면서 "유로가 강세로 돌아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장개입이
아니라 유럽지역의 안정적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도 97년 말 1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쓰면서도 환율안정에
실패한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난 주 최고 1365원까지 올라갔던 원화 환율이 이번주 들어 하락세를
보이면서 11일에는 1320원대로 마감했다. 한은의 시장개입이 일단
성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보다는 엔화의 안정세 및 미국
주식시장의 강한 회복세에 힘입은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김경수 교수는 "엔화가 다시 127엔대 이상으로 급등,
원화가 덩달아 뛸 경우 지금까지의 개입은 외환보유고만 낭비한 셈이 될
것"이라면서 "한은이 개입시기의 결정에서 다소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엔화의 움직임을 좀 더 지켜보면서 엔화의 안정세를 확인한
다음에도 원화가 급등세를 지속할 경우 개입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한은이 지금까지 1주일에 걸쳐 계속 종가 관리를 위해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데 대해서는 시장에서는 부정적이다. 씨티은행
서울지점 오석태 지배인은 "한은의 개입의도가 종가를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원화 환율의 흐름을 꺾으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면서 "시장개입이 성공하려면 보다 확고한 의지와 규모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환율상승이 물가에 미칠 영향을 염두에 두고
한은이 성급하게 외환시장 개입을 결정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음을 한은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책 결정에 있어 무엇보다 국민경제를 먼저
감안해야 할 정부부처나 기관이 혹시라도 기관의 이익과 목표를
우선한다는 비난을 들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