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뛰어넘어 인기를 얻는 연예인들이 많은 나라가 대중문화강국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주말 NHK의 이노우에 요우스이 특집은 신선한
자극이었다. J-POP의 대부격으로 1960년대부터 히트곡을 내며, 이제
한국 나이로 쉰셋이 된 인기가수. 나이답지 않게 그에게 붙은
수식어들은 늘 신선하다. 감각파 가수라는 것이 그에 대한 평. 젊은
가수들보다도 더 젊은 감각의 히트곡을 계속 내는 사람에겐 나이를
거론할 이유가 없다. 이를 테면 72년 청춘의 꿈과 사랑과 좌절을 노래한
"우산이 없네"(かさがない)같은 곡들은 향수에 찬 명곡으로 남고,
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 히트곡들을 모아 2000년에 냈던 베스트골든
앨범은 놀랍게도 20대들에게 가장 폭발적으로 팔렸다.
내가 10년전 일본에 오던 해 '소년시대'란 영화가 일본 아카데미상을
탔는데 영화도 좋았지만 타이틀곡 '소년시대'가 너무 신선해서 CD를
당장 샀다. 게다가 이 가수가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리버사이드
호텔'(リバサイドホテル)을 부른 같은 인물이란 사실에는 뒤통수가
아팠다. 80년대 리버사이드 호텔을 들을 땐 노래가 좋긴 좋지만 음색도
가사 내용도 왠지 날티(?)가 나서 가수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헌데
'소년시대'에서 90년대 사랑과 꿈과 소년을 이렇게 피부와 가슴에 와
닿게 부르는 사람이 동일인이라니? 이 부분이야말로 그가 세대를 넘고
넘어 전일본인에게 사랑받는 이유였다. 사랑과 낭만을 발라드풍으로
노래하는 것이 그의 브랜드이지만 그의 노래엔 그 시대 그 사회에 맞는
청춘의 꿈과 방황이 들어있고 그런 감각이 당대 젊은이들을 공감시킨다.
한마디로 철저하게 그 시대 젊은이들을 공부한다는 얘기.
새로운 세대 젊은이들의 꿈과 방황 사랑과 좌절을 노래하지 못하면
팝가수의 대중적 인기는 끝난다. 말은 간단한 것 같지만 60~70년대 우리
팝 가수 중 누가 남아있냐를 돌아보면 이것이 결코 간단하지 않은,
학교에선 배울 수 없는 공부중의 하나임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NHK특집에선 무엇보다도 50대의 이노우에 요우스이가 20대 젊은이들과
너무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계속 대화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인생관,
사랑관, 사회, 상품 등 끊임없이 변하는 것들을 유연하게 얘기하는 그가
지난 세월, 세대를 뛰어 넘기 위해 얼마나 고통스럽게 자신을 갈고
닦았는지 안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자신을 관리하며 생명을 길게
간다. 이건 뭐 비단 가요계뿐 아니라 영화, 방송, 기타 모든 분야에서
일본 연예계의 특성이긴 하지만….
(이규형·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