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들은 브라질을 다녀온 후 축구는 물론 인생의 방향이 어긋나
버렸습니다."
국내의 한 중학교에서 2년간 선수생활을 하다 지난 98년 브라질
축구유학을 갔다가 99년말 돌아온 A군의 부모는 이렇게 하소연한다.
A군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축구를 시작해 중학교 진학 당시만 해도
나름대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학원스포츠의 현실상 저학년인
A군은 좀처럼 경기에 나설 수 없었고 이를 답답하게 여긴 부모는 브라질
축구유학을 선택했다. 한달에 적어도 150만원이 드는 유학비용이 소규모
사업을 하는 부모에게는 부담이었지만 하나뿐인 아들이 먼 훗날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내린 결정이었다.
유학 초반기에 A군은 오직 축구만을 생각하면 되는 현지 축구학교의
분위기에 잘 적응하는 듯 했다. 그러나 곧 상황이 바뀌었다. A군은 단체
생활을 해야하는 축구학교의 분위기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자연히
축구는 물론 유학생활 자체에 대해 소홀해 지기 시작했다. 오전에 등교해
4시간 수업을 받아야 하는 브라질 중학교에 대해서도 멀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지인들의 보이지 않는 차별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포르투갈어 수업이 '해보자'는 A군의 의욕을 떨어지게 만든 것이었다.
이렇게 생활이 힘들어지기 시작하자 유학의 지상과제였던 축구에
대해서도 문제가 생겼다. 훈련시간마다 딴전을 피워 현지 코칭스태프의
보고서에 '도저히 발전 가능성이 없다'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었다. 결국
A군은 축구학교에서 퇴학을 당했고 귀국 비행기를 탈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국내에서도 계속됐다. 현지 학교에 3∼4번밖에 등교하지 않았던
A군은 학력인정서를 발급받을 수 없었고 국내로 돌아와서도 자신의
연령에 맞는 고교진학에 실패, 자신보다 2세 어린 후배들과 다시
중학교부터 다닐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A군의 부모는 아들이 거듭된 실패로 인해 탈선하지 않을까 걱정이 돼
부쩍 신경을 썼다. 그러나 현지에서 나태한 생활자세에 맛을 들인 A군은
국내 중학교에서도 제대로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장래성 없는 선수로
전락했다. 그에게 브라질 유학은 겪지 않아도 될 실패를 제공한 셈이
됐다.
〈 스포츠조선 추연구 기자 pot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