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호에서 지구온난화와 미국의 교토협약
탈퇴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타임은 '핵전쟁 등을 제외할 경우
지구온난화보다 인류에게 더 막대한 손상을 입힐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미국의 결정 번복을 촉구했다. 기로에 놓인 교토협약의 운명과 전망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

유럽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교토협약 거부를 고수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은 7일 미국의 의사를 고려해 의정서 내용을
재합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마노 프로디 EU집행위장 등은 7일 스웨덴
일간지 예테보리 포스트에 낸 공동기고문에서 "미국이 교토 의정서의
일부분 때문에 승인을 거부한다면, 우리는 의정서 전체를 폐기하기보다
문제된 부분에 대해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썼다. 이는 "미국의
참여여부와 무관하게 교토협약을 강행하다"던 종전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기고문은 "지연될 수록 문제는 더 어려워지고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제안에 대해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7월 본에서
열릴 유엔환경회의에서 미국측 대안을 공개할 것이며, 교토 의정서와
달리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모두 포함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고 월스트롬 EU환경담당 집행위원도 5일 "미국은 단지
교토의정서를 거부할 뿐,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환경단체의 반발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 유럽지부는 지난달 29일 부시가 의정서를
거부한 뒤 총 5만통의 항의 이메일을 백악관으로 발송했다. 31일에는
초당 1통꼴로 이메일 폭주해 백악관 서버가 2번 다운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미 경제주간지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
100대 기업에 도쿄의정서 지지여부를 묻는 편지를 보냈으며 곧
조사결과를 공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5일 보도했다.
미국 환경단체들도 엑슨·텍사코·쉐브론 등 미국 주유소에서 피켓시위를
계획하고 있으며 녹색당은 미국 석유회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제안했다.

■지금까지의 과정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미 대통령은 29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교토 기후협약' 탈퇴 방침을 처음으로 밝혔다.
부시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 국민이며 우리 경제에 해가 되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온실가스 규제를
약속했던 지난해 대선의 공약을 뒤집은 것이었다.

■교토협약 탈퇴 배경

미국의 교토의정서 거부는 미 경제 침체와 부시 행정부의 친기업적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온실가스를 규제하려면
휘발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데, 조세 저항이 큰 미국에서 이는 부시
행정부에게 큰 정치적 부담이다. 막대한 부담을 안게될 기업들도 치열히
로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는 또 지난 대선당시 전기·석유·석탄
등 기업인맥으로부터 막대한 선거자금을 후원받았다. 환경단체들은
"부시 대통령이 어린이들을 보호하기보다는 대기업의 이익에 굴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U의 입장 선회

프로디 집행위장은 5일 "교토 합의사항은 지구를 지구온난화로부터
구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이 불참하더라도 계속
진행시키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그는 이틀뒤 공동 기고문에서
"의정서를 찢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비극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며 미국에 협상을 제안했다. 이는 어렵게 성사시킨 교토의정서를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겠다는 EU의 조바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미국이 불참하는 한, 교토협약은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교토 의정서 강행이 미국과 무역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됐다.

■각국의 반발

부시 미 대통령의 교토협약 탈퇴 결정에 대해 도미니크 부아네 프랑스
환경장관은 "매우 도발적이고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마이클
미처 영국 환경장관도 "기후 변화는 금세기 인류가 맞고 있는 가장
위험하고 두려운 도전"이라며 "미국이 교토협약 불이행을 고집하면
유럽과의 관계가 손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구환경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책임은 다르며,
교토협약의 원칙은 온실가스 최대방출원인 선진국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하메드 치하노프 러시아 무역경제개발부 차관도 의정서 지지의사
표명했다. 러시아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와 미국이 비준하지 않으면
교토의정서는 발효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망

EU는 오는 7월 독일 본에서 열릴 유엔환경회의에서 미국 제안을
검토한뒤 교토 의정서 준수여부를 최종 결론지을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헤이그 기후회의가 EU와 미국의 의견대립으로
합의없이 끝난 듯, 본 회의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EU가
본 회의에 앞서 미국과 재협상을 서두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협상의 성공여부가 기후협약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