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주민증 나온대?”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한성화교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국내 거주 화교들은,5년 이상장기체류 외국인에 대해 영주권을 부여하는 법률 제정 추진 소식에 크게 고무돼 있다. <br><a href=mailto:cjkim@chosun.com>/김창종기자 <


"영주권 취득은 이방인처럼 외면당해온 2만2000여명의 화교가
대한민국 사회의 정식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첫걸음입니다."

30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한성화교중고등학교의 점심시간.
교복차림의 학생들이 운동장과 교실 곳곳에 모여앉아 영주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영주권이 주어지면 주민등록번호를 받을 수 있을까?",
"주민등록번호를 받으면 인터넷 한글도메인의 이메일부터 받아야겠다",
"한국학교로 전학 갈 수도 있겠네", "휴대전화 살 때도 보증금 안
내도 되는 거야". 영주권 제도 소식을 들은 학생들의 궁금증은 끝이
없었다.

이 학교 샤오샹량(소상양·57) 교무주임은 "그동안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나쁜 생각을 갖게 될까봐 영주권에 대한 교육을 일부러 시키지
않았는데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평생 살아갈 애들이기 때문에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5년 이상 장기체류 외국인에 대해 영주권을 부여하는 법률 제정이
추진된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한국에 정착한 화교 사회는 기대감에 들떠
있다. 이 법이 제정돼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할 경우,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내 거주 외국인의 95% 가량이 화교들이다. 화교는 전세계
100여개국 이상에 3000여만명이 퍼져 살면서 대부분 귀화하지 않고 그
나라 영주권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한국은 화교에게 영주권을
허용하지 않는 거의 마지막 나라"라는 게 화교들의 설명이다.

그동안 화교들은 5년마다 한번씩 법무부에 거주지 등록을 해야 했다.
불편도 불편이지만 언제든 한국사회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과 피해의식이 컸다. 한성화교협회 유국흥 회장은 "일제 때 함께
독립투쟁을 하고, 6·25전쟁 때는 총을 들었던 우리가 왜 이렇게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때 10만명이 넘던 화교들 중 70% 이상이
한국을 등지고 미국 등으로 2차 이민을 갔다"고 말했다.

그래서 화교들은 "이번 법 제정 추진은 한국에서의 화교의 위상을
높이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환영하고 있다. 화교 3세인
부자오치(복소기·48) 대만대표부 대리총영사는 "이제 화교들은 김치
없이는 못 살 만큼 한국 사회에 동화돼있다"며 "논의로만 그치지 않고
하루빨리 법 제정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