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신문 종사자들은 비애를 느낀다.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길래 이렇게 뒷조사를 당하며 중죄인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이 나라와 국민에게 무슨 부당한 일을 했으며
무슨 사욕을 챙겼길래 계좌를 추적당하고 전화도청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가.

그래도 신문종사자들은 작으나마 자부심과 자존심을 갖고 이 시대를
살아왔다. 많은 역경 속에서 때론 일그러지기도 하고 때론 좌절하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이들은 반성하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참고 노력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 돈을 벌 생각이었다면 기자를 택하지 않았을
것이고 권력을 탐했다면 일찌감치 떠났을 것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신문은 오랜 역사 만큼이나 영욕을 이고 살아왔다.
더구나 그 시간과 역사가 식민과 신생독립과 민주화 투쟁으로
점철된 것인 만큼 신문이 받은 고통과 번민과 굴절의 정도도 더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 신문은 끝내 좌절하지 않고 고비마다
역경을 딛고 오늘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자부심에 천착해왔다. 그것에는 문민정부의 탄생도 포함된다.
총체적으로 볼 때 오늘의 신문들은 정권교체에 기여했고 김대중정권의
출범에도 일조를 했다.

개인적으로도 우리 신문종사자들은 신문이 상대적으로 깨끗한 집단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신문업은 돈 가지고 장난하지 않는 직업이라고
지금도 믿는다. 물론 경영의 실패도 있고 경쟁에서 지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에는 뇌물이나 뒷돈이나 비리는 없다고 믿어왔다.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며 천직의식으로 보람을 삼는 곳이라는 믿음이 없이는 버텨나갈 수
없는 곳이 기자의 세계라고 생각해왔다.

그런 우리가, 우리가 속해있는 신문사가 세무조사 정도가 아닌
세무사찰을 받고 탈루액을 추징당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내하기 힘들다.
우리가 몸바쳐 일구어 온 직장이, 직업이 권력자들에 의해 부도덕하고
사욕을 챙긴 집단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우리는 정말 견디기 어렵다. 우리
신문들이 과당경쟁이나 일삼고 불공정거래나 하는 집단으로 징계(?)되는
상황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신문이나 그 종사자들도 법에 따라 세무조사 받을 것은 받아야 하며
잘못이 있으면 벌 받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어떤 자부심을 가졌다고
그것이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우리가 무엇에 기여했다고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된다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비애를 넘어 분노를 느끼는 것은 그런 조사와 추궁이
권력자를 비판해온 신문들을 집중적인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저들이 우리를 향해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상대적 모멸감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정치인 또는 권력자 누구보다 많은 세금을
내고 살았다고 자부한다. 솔직히 자기 돈 가지고 정치한 정치인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남의 돈 수십억원 수백억원 가지고 권력놀음한 사람들이
이제껏 성실하게 세금내고 힘겹게 살아온 신문종사자들을 조사하고 세금
매기는, 수십조원의 국민세금을 탕진한 기업은 못 봐줘서 난리이면서 말
안 듣는 신문사는 미주알 고주알 걸고 넘어지는, 이 전도된 가치관의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분통터진다.

사람을 제일 치사하게 만드는 것이 돈이고 사생활이다. 과거 권력은
기자들 데려다가 물리적 위해도 가하며 글을 못쓰게 하고 신문경영자들을
불러 협박하고 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뒷조사하고 루머를 퍼뜨리고
인간적으로 매장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법의
휘장 뒤에서 세무조사로 비판적 신문들을 위협하고 신문고시로
판매망을 위축시키며 사생활 공개에 대한 공포를 유발하고 있다.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얘기하며 언론자유를 거론한다. 앞에서는 웃으면서
뒤로는 팔을 비틀고 있는 형국이다.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신문을 지능적으로 위협하고 탄압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는
원치 않을 뿐이다.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