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과 편파성 시비를 무릅쓰고 정부가 강행하려던 새 신문고시 제정이
규제개혁위원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2년 전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폐지됐던 신문고시를 공정위가 다시 새로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에 대한 설명과 그 입증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 28일 열린 규제개혁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는 "별도의 신문고시를
제정하기보다 현재의 공정거래법과 시행령의 일반규정을 통해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문고시 제정에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분과위에는 국무조정실장, 법제처장, 공정위원장 등 정부측 위원과
안문석 고려대 교수,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 김일섭 한국회계연구원장,
김재옥 소시모(소비자를위한시민의모임) 사무총장 등 민간위원이
참석했는데, 특히 민간위원들 쪽에서 반대 의견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들은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신문업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과, 그럼에도 현행법으로는 미흡하다는 근거를 대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2년간 신문고시가 없어서 신문업계의 거래질서가 더
혼탁해지고 불공정 행위(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등)가 늘어났는지도
객관적으로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규제개혁위에 참고인으로 참석했던 광고주협회와 신문협회
관계자들도 신문고시 부활의 부당성을 개진했다. 광고주협회는 "신문
시장은 유료 구독부수를 알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신문·잡지 발행부수공사제도(ABC)만 정착되면 신문고시 같은 규제는
필요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신문고시 부활에 부정적인 또 다른 이유는 공정거래법의 일반 규정이
있는데도 신문업계만을 규제하기 위해 별도의 고시를 만드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97년 1월 공정거래법에 의거, 신문고시를 만들어
운용해 오던 중 신문업계가 자율적으로 공정경쟁 규약을 만들어 엄격히
운용하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99년 1월에 신문고시를 폐지했는데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경품제공은 99년196건에서
2000년 216건으로, 무가지 배포가 99년 98건에서 2000년 289건으로
늘어났다는 것. 따라서 신문고시의 부활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광고주나
구독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피해를 사전 예방하고 권리를 보호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공정위의 주장이다.
그러나 언론의 자율성 면에서는 물론이고 경제논리에서도 신문고시는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많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신문사들은 주어진 시장여건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경쟁하는 것뿐인데 이를 자꾸 행태 중심으로만 규제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 신문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진입은
자유롭지만 퇴출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어쨌든 말 많은 신문고시는 다음달 4일 규제개혁위 경제분과위에 다시
한번 재상정될 예정이다. 만일 공정위가 신문고시 부활의 필요성을
충분히 입증한다 하더라도 무가지 비율과 공동판매 허용 등
'독소조항'의 수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