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의 오페라 세계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는 볼프강 바그너(왼쪽)씨와 김경원씨.<br><a href=mailto:paryoan@chosun.com>/이응종기자 <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손자로, 독일 바이로이트시
바그너 축제극장의 예술감독인 볼프강 바그너(82)씨가 22일 밤 김경원
한국바그너협회 이사장과 대담을 나눴다. 바그너씨는 이날 대담에 앞서
김한길 문화부장관 초청으로 김영수 전 문화부장관, 신갑순
삶과꿈싱어즈대표, 김영호 일신방직사장, 김민(바이올린) 서울대음대
학장, 우베 슈멜터 주한독일문화원장 등과 만찬을 가졌다. (편집자)

▲김경원=한국처럼 먼 나라에서 바그너의 예술에 관심을 갖는게 의외라고
생각지는 않으십니까?

▲볼프강=사람들이 친절하고 마음이 열려 있어요. 아주 기쁩니다.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에는 김민씨 같은 오케스트라 단원 외에, 성악가
강병운(베이스·서울대교수)씨, 한국인 합창단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년 7·8월 축제극장에서 공연하는 바그너 오페라를 보러 오는
한국인들도 많습니다.

▲김=리하르트 바그너가 할아버지시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의 딸(코지마)이 할머니이니, 특별하고도 대단한 음악 가문입니다.
가풍은 어땠나요?

▲볼프강=할아버지는 아버지(지그프리트)한테 절대로 무얼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스스로 개발해 나가도록 자극하고
고무했습니다. 할머니 코지마도 마찬가지였어요. 피아노를 가르칠 때도
'넌 이 작품을 연주해라'가 아니라 스스로 연주하도록 자극만
주었습니다. 코지마 할머니는 제가 14살때, 92세로 별세했습니다.

(리스트의 딸 코지마는 유명 지휘자 한스 폰 뷜로의 아내였으나,
바그너는 57세때 뷜로로부터 코지마를 앗아 결혼했다. 볼프강 바그너씨는
1919년 바이로이트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 지그프리트도 오페라 연출자
겸 지휘자로 활약했다. 바그너씨는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연출자로 데뷔, 형 비란트와 함께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을 재건했다.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은 리하르트 바그너가 1876년 건설, 그의 악극만을
줄곧 공연하고 있다.)

▲김=바그너 음악의 정치성은 자주 화제가 됩니다. 바그너의 예술은
문학·음악·사상 등 여러 면에서 해석의 여지가 많지만 정치적 생각,
특히 반유태주의 태도가 껄끄럽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볼프강=정치가들은 예술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할아버지의 음악은
글로벌한 겁니다. 국가주의적 성격은 전혀 없어요. 오페라의 소재나
내용은 오늘날 도처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할아버지 바그너를
도그마화하거나, 이데올로기화 하는 데 반대합니다. 조부의 음악이
위대한 점은, 과거의 음악이 아닌 동시대적 음악이란 점입니다.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은 해마다 해석을 달리하면서 동시대적 의미로
조부의 음악을 읽어냅니다.

▲김=바그너는 자신의 음악을 '미래음악'이라 불렀습니다. 그의 음악이
늘 새로운 이유가 해석이 새롭기 때문이군요. 오늘날 바이로이트 말고도
많은 오페라극장에서 바그너음악을 연주합니다. 그런 극장들과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이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볼프강=할아버지는 음악극을, 마치 오늘날 우리가 TV를 보듯 즐겨서는
안된다고 여겼어요.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객도 참여해야 한다는
거지요. 팔짱끼고 관람하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바이로이트에선 청중도
무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한 부분이 되어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
아주 특별합니다."

▲김=저같은 정치학자 입장에서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를 보면 권력의
욕망이 어떻게 비극을 가져오는지 선연히 보입니다. '반지'의 이야기
구성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습니까?

▲볼프강=동감입니다. 권력적 다툼은 오늘날 세계서 볼 수 있는 보편적
현상입니다. 인간이 정점에 오르다가도 최저점에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반지'는 환기시킵니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라인의 황금''발퀴레''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4개 작품으로 구성됐다. 라인강속 황금을 지하의
난장이족이 훔쳐 반지로 만든다. 천상의 신들은 신들의 거소를 지은
지상의 거인들에게 대가를 지불하려 반지를 빼앗는다. 난장이족이 반지에
건 저주가 발동해 천상·지상·지하 3계 모두 멸망하고, 황금은 라인강으로
되돌아간다는 줄거리다. 김경원씨는 이런 '반지'를 "권력·부·영생에
관한 한편의 긴 논문"이라 말한다. '반지'를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은
5년마다 새롭게 만들어 해마다 7·8월 두달간 공연한다. 5만5천장 입장권을
둘러싼 경쟁률은 평균 10대1. 신청하고 6년정도 기다려야 겨우 손에 쥘
정도로 인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