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재정 파문의 수습책으로 복지부장관을 바꾸었다. 사건만 생기면
장관을 바꾸었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고 장관 목만 국면
전환용이 되기 일쑤였다.
연금파동 때도 복지부장관이 바뀌었지만 제도가 달라진 것도 없었고
자영자의 소득신고액이 높아진 것도, 보험료 납부율이 높아진 것도 별로
없었다. 근로자의 불리함은 여전하고 미래 세대의 부담 문제도 여전하다.
떠들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하여 장관을 갈아치우는 등 응급처방으로
땜질하고 여론이 지쳐서 조용해지면 파동이 수습된 것으로 착각을 하니
어떻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가 있을지 민초들만 불쌍하다.
이번에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문제에 대한 해법은 장·단기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험재정의 파산을 막기위해선 보험료도 적정선으로 올리고
국고지원도 늘려야 한다. 국고지원은 직장보험에도 지원해야 하는데,
이는 정부의 정책실패에 따른 대가이며 또한 지역보험 가입자와 형평성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내년 1월부터 예정되어 있는 직장조합과 지역조합의 재정통합은 이
시점에서 재고해야 한다. 그리고 부당 청구와 같은 행위는 비리 근절
차원에서 항상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병·의원별 차등수가제나 적정
처방건수의 제한과 같은 정부의 일방적인 통제 방식은 실효성을 얻기가
어렵다.
비용 절감을 위한 정책은 장기적인 의료개혁을 통하여 추진하여야 한다.
장기대책은 절대로 서두르지 말고 정치논리를 빼낸 다음 국고지원 없이도
재정자립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단이 필요하다. 의보통합을
하면 국고지원을 줄일 수 있고, 소득재분배를 통하여 형평성을
증진시킨다. 의약분업은 약값을 줄이고 약의 유통구조를 정상화시킨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을 믿다가 오늘의 낭패를 보았다면 그러한 주장이 실현
가능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인 구호였는지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진단 없이는 문제의 수렁에서 도저히 헤어날 수 없고, 개혁
자체가 바로 정치 싸움으로 연결된다.
의약분업 문제는 의사와 약사들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를 바꾸고 약값의
결정 방법에 시장원리를 넣는 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의료개혁이 동반되어야 의약분업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의료보험 문제부터 원점으로 돌려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가면서 의보통합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던 1989년을 전후해 이미
선진국들은 21세기를 대비하여 의료개혁을 준비하고 있었다. 노령
인구들이 늘어나고, 상병구조가 바뀌고 국민의료비가 증가하는 데 대한
근본적인 대비책으로서의 개혁이었다.
개혁의 내용은 분권화, 선택권 보장, 경쟁원리 도입, 정부기능 재정립
등과 같은 것으로 우리와는 정반대의 길이었다.
개혁에 앞서 우선 생각해야 할 점은 여건에 대한 분석이다. 먼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고 의료공급을 민간 자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리고 지역주민의 소득파악은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데도 불구하고 형평에 대한 욕구는 매우 강하다는 점에서 현재의
보험 관리 방식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의료서비스의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의료기관과 계약제로
관계를 설정하는 방안, 그리고 보험 재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민간보험의 도입 등 모든 것을 다루어야 한다.
다만 유의할 점은 100%의 형평은 사회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하며 우리의
경제체제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일부에서 거론되는
의료저축제는 형평성을 강조하는 국민들의 정서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식의 「의약분업」 「한국형 통합모형」에 대한 사회적 실험은 이제
끝을 내고, 의료개혁과 관련하여 세계적인 보편적 기준을 찾아 나설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