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한팀 선수는 몇명이냐"고 물으면 대답은 으레
"9명"이다. 그러나 이따금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야구장
전광관에는 9명의 타자와 투수 1명 등 모두 10명의 선수 이름이 새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프로야구는 10명? 그래도 야구는 9명이다. 이같은 작은
'혼란'은 지명타자 제도 때문이다. 지명타자란 투수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말한다. 쉽게 말해 수비는 하지 않고 타격만 하는
선수다. 공격때는 지명타자가 출전하고, 수비때는 투수가 나서 공을
던지기 때문에 결국 두 선수가 한 선수의 역할을 나눠맡는 것이다.
미국프로야구에서는 데지그네이티드 히터(Designated Hitter)라고 하며
약자로는 DH이다.

이 DH 제도는 메이저리그의 아메리칸리그가 1973년에 처음 도입했고,
일본프로야구는 퍼시픽리그가 1975년부터, 그리고 한국은 1982년 출범
원년부터 각각 실시하고 있다. 인기면에서 내셔널리그에 비해 열세였던
아메리칸리그가 보다 재미있고 공격적인 야구로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한 혁명적인 제도다.

그러나 미국 내셔널리그와 일본 센트럴리그는 이 DH 제도를 '10명이
하는 야구', '투수를 반쪽선수로 만드는 절름발이 야구'라며 아직도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가 맞붙는
월드시리즈에서는 76년부터 짝수해마다 격년제로 DH 제도를 채택하다가
86년부터는 홈팀의 규정에 따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일본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미국과?일본에서는 DH제도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야구팬들로서는 투수들의 타격솜씨를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흥미거리다.
그렇다면 타격이 전문이 아닌 투수들의 배팅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LA
다저스의 박찬호(28)가 22일(한국시간) 매년 팀내 최고 타율을 올린
투수에게 수여하는 '올드 슬러거(Old Slugger)상' 수상자로?선정돼
만만찮은 타격을 공인받았다.

박찬호는 지난해 70타수 15안타 6타점으로 2할1푼4리를 기록했고,
홈런도 2개나 날렸는데 98~99년 연속 수상자인 동기생 대런 드라이포트를
제치고 1958년 제정된 이 상을 처음으로 받았다.

공주고 시절 4번타자로 활약했던 박찬호는 특히 밀어치기에 능하다.
20승 도전과 함께 내셔널리그 '투수 홈런왕'을 노리는 타자 박찬호의
올시즌 방망이 솜씨도 벌써부터 팬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국내 현역 투수 중에서는 대학시절 장외홈런을 때린 한화 송진우와
해태 에이스 이대진이 타격에 소질이 있다는 평을 듣는다. 요미우리가
센트럴리그 소속이어서 정민태(31) 조성민(28) 정민철(29) 등 투수
삼총사 가운데 올시즌중 누가 1군에 올라 또 어떤 타격을 선보일지도
관심거리다.

〈 스포츠조선 부국장 겸 정보자료부장 joyg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