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보〉(118~133)=주요 대국 때의 점심 시간은 언제 봐도 살풍경하다.
사생 결단을 잠시멈춘 전사들의 그 납덩이 같은 침묵과 복잡한 표정이란.
이창호와 이영호 형제, 이상훈 이세돌 형제 등 4 명이 한 테이블을
차지했다.
그래도 이런 날은 아직은 아군(?)의 관계니까 좀 낫다. 10여일 뒤
이창호와 이세돌은 마주 앉아 싸우다가,자리를 옮긴 후 마주 앉아
식사했다. 멋모르고 이런 자리에 끼어 앉았다간 소화불량 걸리기
십상이다.
▲로 묘하게 붙여온 장면.중앙 흑 대마의 삶이 초점이다.119,121로
몸부림쳐 왔을 때 124가 큰 실착이었다. 이 수로 인해 133까지의
절묘한 수단으로 대마가 목숨을 건진 것.특히 127,129로 축을 나가
잡히면서 살아간 솜씨엔 탄복이 절로 나온다.하변서 최소한 선수
한집이 장만돼 이 흑은 살았다.
하지만 124로 참고도 백 1로 때려 냈으면 이 흑은 묘기는커녕 고스란히
몰살했을 것이다. 흑 2로 3이면 백 A로 아무 일 없다.대마가 피 한방울
안흘리고 살아선 다시 어울린 형세.게다가 백은 초읽기 돌입을 눈 앞에
두고있다. TV 모니터 속의 조훈현 九단이 "형세가 알 수 없어졌다"며
입맛을 쩍쩍 다신다. 그랬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