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CIA 청사 로비에 모인 500여명의 정보요원들은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의 연설에 연거푸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여러분들의 고객(customer)입니다." 부시 대통령은 "아침 8시 정각에
받아보는 여러분들의 '상품(일일 안보 브리핑)'은 일류"라며
"여러분들은 우리 나라의 안보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비밀요원들은 파란색 벨벳 커튼 뒤에 앉아 모습을 가린 채 부시의
연설을 들었다. 부시 대통령은 "국민들은 여러분들의 수고를 잘 모른다.
사실 CIA는 뉴스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은 뉴스인, 유일한 정부기관일
것"이라고 말해 CIA 요원들이 박장대소했다.
부시 대통령은 하지만 "여러분의 대통령만큼은 국가 안보를 위한
여러분들의 훌륭한 기여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며 "국민들도 여러분들과 여러분들이 나라를 위해 하는 중요한
일에 대해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는 이날 냉전시대의
CIA와 21세기의 CIA를 비교하며 "앞으로도 건전한 정보업무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직결된다"고 역설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을 정보요원들에게 소개한 조지 테닛(George Tenet) CIA
국장은 빌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다. 부시
대통령은 "계속 CIA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수락한 테닛 국장에게
감사한다"며 "그가 일을 잘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부시의 CIA
연설은 CNN 등에 일부 생방송됐다. 겉으론 단순해 보이지만, 정보기관이
정권안보를 위한 국내정치 사찰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신임
대통령의 웃음 섞인 정보기관 방문연설. 우리에게는 언제나 이런 광경이
가능할까를 생각케 하는 광경이었다.
( 주용중·워싱턴특파원 midway@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