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을 어느단계에서 어떻게…"美, 구체적 검증개념 정립안돼" ##
미국의 부시 정권이 등장한 이후 미·북 관계에서 '검증'이라는
단어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 의미는 포괄적이어서
개념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고, 북한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에 관해, 전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정종욱 아주대 교수와 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대담을 마련했다. ( 편집자 )
▲정종욱 교수 ='검증'은 부시 정부 대북정책의 키워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것은 없이 정책 가이드라인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과거 검증과 관련해 합의한 것은
두 가지다. 1994년 제네바 합의와 1999년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다.
부시 정부는 식량 원조 등이 원래 목적 이외로 전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고, 북한의 재래식 무기에 관해서도 검증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정인 교수 =미국이 말하는 검증은 구체성이 없고, 국무부와 공화당의
입장도 달라 문제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금창리 지하시설과 중유 배분
경로 등을 확인토록 하는 등 기술적인 검증에 응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공화당 핵심 인사들은 기술적 검증 외에 그 의도까지도 투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 같은 입장은 철학적, 이념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며, 어제 오늘의 것도 아니고 페리 보고서,
아미티지 보고서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정 =물론 무엇을 완벽하게 검증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검증을 이야기함으로써 앞으로 정책에
영향을 끼칠 것임은 틀림없다. 부시 정부는 클린턴 정부와 비교할 때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문 =검증은 개념뿐 아니라 인식의 차이와도 관련이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자발적 순응'의 개념에서 검증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미국
입장은 다르다. 미국 공화당이 요구하는 수준은 북한으로 하여금 거의
발가벗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이른바 패전국가에 요구하는 정도의
강제적 검증과 다를 바 없다.
▲정 =사실 검증은 대단히 복잡하다. 예를 들어 북한 미사일만 봐도
그렇다. 개발·생산·배치·수출 등 단계가 다양하다. 앞으로 미국은
이런 모든 단계에서 엄격한 사찰을 요구할 것이고, 북한은 주권문제를
들고 나오며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남겨두려 할 것이다. 그럴 경우
미·북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릴 것이기 때문에 양측 합의에 의해 어떤
문제에 대한 사찰이 이뤄질는지 낙관할 수 없다.
▲문 =부시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상호주의와 검증이 대북 협상의
전제조건인 것처럼 언급한 것은 실수였다. 상호주의나 검증은 협상
대상이다. 앞으로도 상호주의와 검증을 전제조건처럼 요구할 경우 대북
협상 자체가 어렵게 된다. 검증 요구도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미국이
정보력을 총동원해 북한이 '파울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사례를
제시해야만 북한도 검증 협상에 들어올 것이다. 부시 정부가 그런
증거없이 북한이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 페리 프로세스를
깬다면 국제적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정 =미국이 현재의 판을 깨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이 검증을 강조하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검증되지 않는 합의는 합의가 아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앞으로 미·북 대화가 이뤄질 것이다. 그런데
첫째 관문은 미사일 문제다. 미국이 검증을 강하게 이야기하면, 클린턴
정부 때보다는 합의 도출이 어려워질 것이다.
▲문 =군사분야 검증은 조금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 긴장완화,
신뢰구축이 된 뒤 군사력 재배치 이야기가 나오는 단계에 가서야 검증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정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정보수집력은 상당하다. 북한 군사력은 상당
수준으로 전진배치돼 있고 훈련 강도도 높다. 그런 면에서 "워싱턴이
'북한을 믿기 힘들다'고 하는 것이 근거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미국의 바탕에 깔려 있는 인식은 검증의 기술적 문제보다 대북 신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신뢰구축이 되면 검증에 대해 우려하는 바가 해소될
것이다.
▲문 =그 부분에 대한 미국의 강경발언들은 북한에 항복하라는 요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문제가 있다. 북한으로서는 당혹스러울 것이고,
배신감마저 느낄 것이다. 어찌됐든 파국은 피해야 하므로 빨리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는 서로를 못 믿는 '과도기적
모순'으로 봐야 할 것이다.
▲정 =북한을 둘러싼 검증은 미국이 강조하는 군사적 측면이 있고, 우리가
강조하는 정치적 측면이 있다. 즉 미국은 'NMD(국가미사일방어)체제적
접근법'이고, 우리는 '금강산식 접근법'이다. 이런 관점의 차이가
어떻게 접목될지 주목된다.
▲문 =검증을 '합의이행 준수 여부'에 대한 것라고 정의한다면, 다
해당이 된다. 포괄적 검증이란 차원에서, 군사분야든 비군사분야든
북한도 신뢰와 투명성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