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 '일본 경계령'이 퍼지고 있다. 일본에
가면 국내에서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지만, 적응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주니치의 이종범(31)은 요즘 입안이 헐어 식사도 제대로 못할
형편이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부터 쾌조의 타격 감각으로 1군
주전자리 확보를 자신했지만 호시노 센이치 감독의 '거포 우선주의'에
밀려 출장기회를 잃어버리더니 결국 2군으로 쫓겨갔다. 재작년에 앓았던
원형 탈모증이 재발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세 차례의 2군
경기에서 8타수 5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1군 재진입을 기다리고 있는
이종범은 27일 1군 엔트리 마감 때까지 호시노 감독의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국내 복귀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 3총사의 마음고생은 더 심하다. 정민태는 지난주 일본을
방문했던 친정팀 현대 선수들을 만나 일본 생활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또 정민철은 스트레스 때문에 일부러 아이를 갖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성민은 기자들과의 접촉까지 꺼리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 프로 출신으로 처음 일본에 건너간 선동열은 96년 첫
해 5승1패3세이브를 기록했지만 방어율이 무려 5.50나 됐다.
시범경기에서부터 각 팀의 분석 요원들에게 정밀 분석을 당하더니 시즌
내내 폼을 바꾸며 2군을 오가는 등 고생했다. '삼손' 이상훈도 98년 첫
해 통역을 폭행하는 등 사고가 이어지면서 불과 11경기에 나가 1승 무패
방어율 4.68의 변변치 않은 성적을 냈다.
선동열 KBO 홍보위원은 "우리 선수들은 슈퍼게임에서의 경험만으로
일본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단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일본 스타일을 이겨낼 수 없다면 해외 진출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