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충청도 양반’들의 집단 거주지역인 길림성 도문시 정암촌의 이주 역사와 현재의 생활상을 그린 실화 소설이 조선족 여성 작가에 의해 완성돼 출간을 앞두고 있다.
중국 연변작가협회 문학창작실 주임 이혜선(45)씨는 수년간의 현지 취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최근 200자 원고지 730매 분량으로 원고를 완성했다.
이 논픽션은 일제 강점기인 1938년 만주땅 허허벌판에 아무런 대책없이 내팽겨쳐진 충북 보은-옥천-청원 등 3개 군 지역 주민 80가구가 동토(동토)에 움막을 짓는 과정에서부터 최근 연로한 1세대들의 고향방문에 이르기까지 60여년의 정암촌 역사를 시대순으로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도리깨, 남포등, 절구통 등 때묻은 농촌 세간살이를 남부여대로 짊어 지고 만주행 기차에 오르는 두루마기, 검정치마 차림의 초라한 이주민들. 일제의 총뿌리 감시 속에 죽도록 땅을 일구면서도 언제나 헐벗을 수 밖에 없었던 정암촌은 근-현대사 과정에서 조선인들이 겪은 풍상과 굴절의 역사를 그대로 함축하고 있다.
중국 국공전쟁과 6.25에 해방군과 인민군으로 참전한 정암촌 사람들은 집단농장 체제와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또다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80년대 들어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비로소 ‘먹고 사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에게 ‘충청도’는 늘 가슴을 저미게 하는 마음의 고향이었고, 작년 10월 이민 1세대 등 32명이 충북도의 초청으로 고향땅을 밟는 감격을 누린다.
이씨는 “정암촌에는 중국에 정착해 격변의 시대를 몸으로 부대끼며 성장하는 조선족 집단 이주민들의 애환과 진한 인간사가 한 편의 드라마처럼 녹아들어 있다”며 “가능하면 한국에서 책을 출간해 우리 동포들의 중국이민사를 많은 분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92년부터 10년간 정암촌의 이주실태와 민속문화 등을 연구해왔고 작년 고향방문에 결정적인 막후 역할을 담당했던 충북대 국문과 임동철 교수는 “이씨의 논픽션은 우리가 보듬어 안아야 할 조선족 동포들의 현실과 이에 따른 지원방안 등을 제시해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중국이민 3세인 이씨는 81년 연변대 한어학부를 졸업하고 연변일보에서 6년간 기자로 일하다 전업작가로 변신, 그동안 , 등 조선족을 소재로 한 소설과 르포 4편을 출간했다.
91년부터 동료 6명과 함께 ‘문화연구회’를 조직, 조선족 역사의 실록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씨는 “이민 1세대들이 대부분 사망하면서 조선족들의 이주사가 사장될 위기에 놓여 있다”며 “우리 역사는 우리 손으로 쓴다는 명제하에 조선족 동포들의 중국 정착 역사를 빠짐없이 기록하고 기회가 주어지면 한국의 대중매체에 이를 연재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