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조선일보 편집국 사회부에 팩스 한장이 왔다. 서울 홍제동 화재
사고로 소방관 6명이 순직한 후 정부가 발표한 '소방관 처우개선책'을
보는, 일선 소방서장의 '참담한 마음'을 담은 김국래 서울
양천소방서장의 글이었다. 그는 "정부가 무슨 큰 혜택이라도 주는 듯
'생색'을 내고 있지만, 정작 불합리한 법률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며, 지금도 치료비 걱정을 하며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는 동료들의
딱한 사연들을 소개했다.
그의 주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서 죽지 않는
한' 국가나 정부의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 군인과 경찰직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육훈련이나 직무
수행중 사망 또는 부상한 경우에도 보훈혜택을 받도록 돼 있지만
소방공무원들은 제외돼 있다.
지난 2월 27일 소방훈련 도중 사고를 당해 서울 영동 세브란스 병원
61병동 612호실에 누워 있는 강남소방서 안전계 노승원(47) 소방장. 그는
서울시소방학교 훈련탑에서 미끄럼봉을 내려 오던 도중 3층에서 중심을
잃고 떨어지면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지만 의료보험 혜택 외에는 다른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정부와 민주당이 내놓은 의무소방관제 도입, 방호활동비 10만원
인상, 소방안전장비 강화 등 일련의 처우개선책에 대한 일선 소방관들의
반응은 차갑다. 한 소방관은 "우리가 이런 일을 한두 번 당했느냐"며
"한두 달만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것처럼 다 잊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7일에도 부산의 화재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다치고
죽었다. 소방관들의 말대로 이번에도 우리 사회가 한번 떠들석했다가
이내 조용해지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