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조직의 조직원들이 부두목의 지시로 다른 조직원이 저지른
살인혐의를 뒤집어 쓰고 복역중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지난 96년 10월 초 서울 동대문구 화양동 한 골목길. 지역 유흥업소
이권을 놓고 「장안동파」와 「화양리파」간에 「전쟁」이 벌어졌다.
회칼이 난무한 싸움에서 화양리파 조직원 신모(당시 27세)씨가 온몸을
칼로 난자당해 숨지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건 직후 장안동파 조직원 이모씨와 조모(당시 25세)씨가 범인이라며
자수했다. 두 사람은 상해치사 혐의로 각각 징역7년형이 확정돼
4년5개월째 복역하고 있다. 목격자 등의 진술로는 공범이 더 있었지만,
두 사람이 입을 다물어 사건은 일단 종결됐다.
문제는 사건 후 4년이 넘게 흐른 지난해 말 생겼다. 장안동파 8명을
구속하고 10명을 수배하는 등 일제단속을 벌이던 검찰이 「화양리
살인사건의 범인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 검찰은 이씨와 함께
살인에 가담한 고모(29)씨 등 2명을 검거, 구속기소했으며 이들로부터
『싸움을 거들기만 했을 뿐 살인에는 가담하지 않은 조씨가 대신 죄를
뒤집어썼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검찰 수사결과 조씨는 「조직을 위해
희생하라」는 부두목 박모(37·수배중)씨의 지시로 집행유예 기간 중인
고씨 등을 대신해 자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 등의 변호사 비용과
1억원의 합의금 등은 부두목 박씨가 대줬다.
그러나 정작 조씨는 그 같은 일에 대해 아직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도 비뚤어진 의리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