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북한과의 대사급 수교를 타결하면서 북한으로부터 얻어낸 「독일
외교관과 원조기관의 북한 내 자유로운 활동」 등 몇가지 사항은
북한당국이 외국 특히 서구 나라에 허용한 중대한 양보라는 점에서
우리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또 북한이 머지않아 미국, 일본, 프랑스
등과도 수교할 전망이어서 이같은 조건이 선례가 되어 이들나라에도
그대로 준용될 것인지 관심거리다. 북한이 독일이 제시한 4가지
전제조건을 받아들인 것이 개방을 위한 변화인지, 아니면 쇠고기 20만 을
지원받기 위한 궁여지책에서 나온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어쨌든
형식적으로나마 북한의 자세가 과거와 달리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는 최근 국제적 이슈가 된 외국인의「북한 내에서의
자유활동 보장」 문제를 촉발시킨 독일의사 폴러첸의 문제 제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독일 「구조 의사회」 일원으로 북한에서
의료 구호에 앞장서 온 그는 작년 말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 때
서방기자들을 허가되지 않은 지역에 안내했다는 이유로 북한에서
추방되자 판문점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계속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번 합의로 외교관의 자유로운 활동은 물론 독일 원조기관의 경우
자신의 원조사업을 직접지켜 볼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었으며,
독일기자의 입국도 원칙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지만 그 허용과 보장의
정도가 어느 선이 될 것인지 그것이 관건이다. 무엇보다 합의사항에 양국
간에 「인권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장)이
마련되었다는 것은 제대로 지켜진다면 괄목할 만한 진전이다. 북한
인권문제는 미국조차 공식협상에서 논의하기를 꺼려 온 민감한
문제였으므로 이번 합의로 인권문제는 물론 지역안보, 군비축소, 대량
살상무기를 망라한 군비관리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그것은 더욱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번 합의를 과연 준수할 것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 이번
합의 내용이 북한체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모험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독일이 어떻게 처신할지도 관심사항이다. 이번
합의는 앞으로 북한 변화를 잴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세계 각국의
주시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