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역사왜곡 지지 ’시위‘교과서 검정을 생각하는 국민회의 ’회원을 자처하는 일본인 26명이 3일 도쿄의 주일 한국 대사관 앞에서 중학교 역사교과서 문제에 관한 ‘한국 정부의 내정 간섭을 규탄하는 시위 ’를 벌이고 있다.

제국주의 일본의 가해 사실을 왜곡·미화하는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검정 통과가 기정사실로 굳어진 가운데 일본내 역사파괴 세력은 이른바 ‘반외압 공세’에 총력전을 펼치고 나섰다. 이들은 한국·중국 등의 비판을 “주권침해·내정간섭”으로 몰아 부치며 “외압에 굴복하지 말자”는 국수적 캠페인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문제의 왜곡 교과서를 제작한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회장 니시오 간지) 간부들은 2일 집권 자민당을 찾아가 정치권이 나서 ‘외압’을 차단해달라는 요망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문부과학성이 일본에는 주권이 없는 것으로 만드는 결정(교과서 불합격 처리를 의미)을 내리지 않도록 자민당과 국회가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요망서를 전달받은 가메이 정조회장 대리는 “외국의 동향에 흔들거리는 인상을 주어선 안된다”며 검정의 ‘자주성’ 원칙을 시종 강조했다. 2일 국회에서 마치무라 문부과학상, 에토 세이시로 외무성 부대신 등도 “일본의 주권”을 강조하는 등 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관계의 고립주의 성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우익의 역사인식을 대변해온 산케이신문은 4일에도 1면 해설기사를 통해 “외압과 정치개입을 의연히 거부하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중국 정부가 왜곡 교과서의 불합격 처리를 정식 요청해왔다는 사실을 1면 톱기사로 올린뒤 “일본정부는 중국에 아첨하지 말고 분명히 ‘노(No)!’라고 말하라”고 촉구했다.

산케이는 3일엔 “한국은 러시아의 대한항공기 격추사건이나 중국의 한국전쟁 개입 등은 문제삼지 않고 일본에만 사죄·반성을 요구한다”면서 “한국인의 역사관은 재미있다”고 비아냥거리는 서울 특파원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산케이신문과 우익 평론가들은 역사왜곡을 우려하는 논지를 펼쳐온 아사히신문에 대해서도 연일 집중 포격을 가하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새 역사교과서…모임’은 인터넷 홈페이지(www.tsukurukai.com)를 통해 “우리는 역사를 왜곡할 의도가 전혀 없고 교과서에서 역사적 사실과 다른 기술을 한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만 정부가 2일 ‘새 역사교과서…모임’의 핵심 멤버인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 씨에 대해 입국금지 결정을 내리는등 우익의 역사파괴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왜곡 교과서 제작에 깊숙히 관여한 고바야시 씨는 최신작 ‘대만론’에서 “당시 여성들은 위안부가 되는 것을 ‘대출세’로 여겼다”는 등의 왜곡으로 대만 내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다만 입국금지 조치가 언론자유 침해 시비를 낳자 대만 정부는 3일 “최종 결정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재미있는 것은 우익 세력이 “검정이 끝나지도 않은 교과서를 누가 유출시켰는가”라고 소리높여 비난해온 것과 달리, 정작 왜곡 교과서의 검정신청본을 유출시킨 것은 ‘새 역사교과서…모임’ 진영인 것으로 드러난 점이다.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작년 11월 왜곡 교과서를 인쇄한 산케이신문 계열 출판사 ‘후쇼샤’로 부터 도쿄의 한 중학교 교사에게 “참고해달라”는 인사장 등과 함께 교과서가 우송돼왔다는 것이다. ‘새 역사교과서…모임’이 자신의 교과서를 사전 홍보하기 위해 유출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이는 독점금지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동경=박정훈특파원 j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