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있을 수 없는 죄를 짓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참회하는
마음으로 기도 드립니다. 천만 마디 말로도 용서받을 수는 없지만…."
28일 오전 10시. 경기도 화성군 제암리 제암교회에 중년의 일본인들
14명이 찾아와 참회의 기도를 올렸다. 1919년 3·1운동 때 일제가 저지른
제암리 교회 학살 사건을 사죄하러 온 일본인들이다. 전날인 27일 저녁
일본 연극인들이 대학로 문예회관에서 공연중인 참회극 '아!
제암리여'를 단체 관람한 이들은 무대 위에 묘사됐던 끔찍한 학살
현장을 확인하고 원혼들이 잠든 묘소를 참배하겠다며 왔다. '아!
제암리여' 제작자인 다카도 가나메씨도 이들과 함께 방문했다.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 세대들이 저지른 죄값을 치르겠다는
이들에게 이 교회 강신봉 목사가 설교 중에 '그날'의 참혹한 만행을
하나하나 되새기자 일본인들은 숨소리조차 죽였다. "울부짖으며
살려달라는 신혼의 새댁 목을 일본군이 칼로 쳤습니다…." 강 목사가
"한·일간 진정한 화해를 위해선 당한 자의 고통을 가해자가 이해하는
자세부터 있어야 한다"고 한 대목에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 일본인들은 1일 개관하는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도 미리
방문, 만행을 증언하는 사진과 모형 앞에서 잠시 옷깃을 여몄다.
연극 '아! 제암리여'의 작가 이반씨는 "방한한 일본인들은 일본내의
소수파이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역사교과서 왜곡 등 우경화돼 가는 일본
사회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제암리(화성)=김명환기자 mh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