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공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 실패·파괴·붕괴란 수식어가
공교육 뒤에 따라붙는다. 학교공동체 구성원들간의 갈등과 대립, 불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저마다 교육개혁을
추진 중이다. 공교육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21세기 교육의 변화와 학교위기 극복방안」을
주제로 열린 국제 교육정책 세미나(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조선일보
공동기획)에서 한·미·일 세 나라의 교육전문가들은 『학교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학교교육·학교조직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했다. 다음은 주제발표자의 발언 요지와 토론 내용.
◆ 우마코시 도오루(마월철) 나오야대 교수 =중학교의 문제행동에서
최근에는 초등학교의 교실파괴로 이어지는 총체적 수업붕괴 상태다.
학교폭력, 집단따돌림(이지메), 부등교, 중도퇴학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실파괴는 1990년대 들어 나타난 일본사회 전체의
기능불능이 원인이다. 따라서 사회재생 없이는 학교재생이 불가능하다.
또한 교실파괴는 일본 사회구조의 변화과정에서 일어날 뿐 아니라,
지구촌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라는 점이다. 사회와 가정,
학교의 취약한 관계가 교실파괴를 불러일으키는 만큼 교실파괴에 대한
사회전체의 인식이 필요하다. 교사의 지도성이 강화돼야 한다. 교사는
수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새로운 수업개발에 힘써야 한다.
학급정원 감소, 복수담임제 혹은 팀티칭제 도입이 필요하다.
◆ 마이클 애플 미 위스콘신대 교수 =미국과 영국의 교육개혁은 경쟁의
원리를 가미한 신자유주의, 교육의 수월성과 권위를 추구하는
신보수주의, 교육의 책무성과 평가를 중시하는 신 중산층의 경영주의가
서로 연대한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데올로기로도
오늘날 교육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과거 수사학적인 교육개혁들이
어떻게 비판받았는지를 파악하고 다양한 주체들의 민주적 논의가
중요하다. 신자유주의의 핵심인 시장원리가 학교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일 것이라고 가정하지만, 결국 계급구조의 불평등을 심화·고착시킬
것이다. 신자유주의든 신보수주의든 실행가능한 대안을 찾기 위한 본격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치밀한 도덕성과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 민주주의를 집단적으로 재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개혁의 출발이다.
◆ 윤정일 서울대교수(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 위원장) =최근의
학교붕괴는 단순히 교실에서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교육의 「아노미 현상」이라 할 만큼 총체적이고 전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사의 75%가 교육붕괴가 최근 2~3년 사이에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학교의 본래적 기능 상실, 교사·학생·학부모·교육당국 간의
대립과 반복, 교사와 학생 간 세대차이와 문화충돌, 잘못된 교육정책과
제도, 교직사회의 침체와 교원 사기저하, 교원경시 풍조 만연,
교육재정의 대폭 삭감이 학교붕괴를 부채질했다.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은
필연적으로 교육을 더 황폐화할 것이다. 교사는 교육의 주체로서 전문성
신장을 통해 교권을 회복하고 사명감과 긍지를 가져야 하며, 학부모 역시
교권을 존중하고 학교교육을 지원하고 참여하는 공동체 문화의 확립이
절실하다. 범국민적인 학교살리기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토론에 나선 김영화 홍익대 교수는 『경쟁과 시장원리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영미권처럼 교육과정의 탄력성과 다양화를
이끌지 못한다면 또 다른 각도에서 학교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면서
『공교육과 중복되지 않으면서, 공교육을 보완하거나 차별적으로
운영되는 사교육과의 역할을 새로 정립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부모 고순씨는 『학교가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하고 책걸상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실행이
중요하다』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대다수 학부모의 의견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책에 수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