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부산 광안리 수변공원. "아빠, 출발!" 휠체어에 탄
박세호(33)씨에게 아들 성민(8)이가 소리쳤다. 박씨는 휠체어 등받이를
앞으로 한 모양새로 겨우 움직이는 한 팔과 발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갔고, 성민이는 아빠 옆에서 속도를 맞췄다.
성민이와 뇌성마비 1급장애인인 박씨가 3·1절 기념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 5㎞코스에 참가하기 위해 맹훈련해온 지 한 달째.
막바지 훈련을 하는 박씨와 성민이의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옆에서
응원하는 성민이 엄마 이상미(37)씨도 상기된 표정이었다.
박씨는 88년 서울 장애인 올림픽대회 투포환 부문에서 5.66m로
세계기록을 세우는 등 각종 장애인 체육대회 수상경력을 가진 육상선수.
그는 89년 일본 고베 아시안게임에서 세운 27.71m의 투곤봉 부문기록까지
2개의 기록을 95년에 공식 세계기록으로 인정받았다.
박씨가 생소한 마라톤에 참가하려고 결심한 것은 올해 초. 오는 3월
2일 부산 운봉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성민이를 위해서였다.
"성민이에게 '할 수 있다'는 정신과 아빠의 장애로 아들이 받게 될
상처를 이기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부자는 2월 초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을 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꼭 2~3㎞씩은 뛰었다. 온 몸이 뒤틀리는 뇌성마비 장애인이어서 50
만 달려도 온통 땀범벅이 되는 박씨였지만, 성민이가 힘들까봐 농담을
주고 받으며 달렸다고 했다. 한쪽 손만 쓸 수 있어서 처음에는
휠체어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성민이가 달리기에 익숙해진
최근에는 이번 대회 참가 완주 목표인 5㎞도 뛰었다.
성민이는 "아빠가 장애인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놀리지만 부끄럽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뛴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다 뛰어
봤는데요, 하나도 안 힘들어요." 성민이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부인 상미씨도 "아이가 아빠도 정상인과 똑같고, 오히려 더 멋진 면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번 마라톤 준비 과정까지 담아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3월
중순 책('한 팔로 건져올린 세상')으로 펴낼 계획이다. 박씨는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 아픈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마라톤을 연습하면서
부자간의 사랑을 더욱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아들 성민이와 함께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