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정말 곧 되살아나는 겁니까?”
요즘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만큼 올 들어 두
달 동안의 우리경제가 작년 말 예상과는 다소 다른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른바 '회사채신속인수제도'의 효과 덕분인지 작년 내내 꽁꽁
얼어붙었던 기업자금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며 한계기업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저금리와 경기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주식시장도 작년 말 예상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잿빛이었던 경제장관들의 얼굴도 어느새 많이 펴져
있다. '실업자가 100만명을 다시 넘어서고 곧 발표될 1월
경제활동실적이 너무 좋지 않을 것같아 걱정'이라면서도 경제장관들은
'적어도 하반기부터는 괜찮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공공연히 흘리고
있다. 한은총재는 '미국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고도 말했다. 올
1분기까지는 '죽었다'고 복창해야겠지만 경기회복은 하반기가 아니라
2분기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더 성급한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일부 경제관료들은 작년 하반기 경제상황은 언론이 너무 부정적으로
보도해 실제보다 위기가 과장됐다는 이야기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경제장관들의 말대로 하반기부터라도 우리경제가 정말 되살아난다면
이보다 더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그렇지만 문제는 아직도 모든 여건이
그리 녹녹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지금의 경제상황은 현안들이 모두 해결된 것이 아니라 잠시 연기
내지 봉합된 상태라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작년 말까지
우리경제를 위기국면으로 몰고 갔던 회사채시장 마비, 현대건설,
현대전자, 대우자동차, 동아건설 등의 현안들이 말끔히 해결된 것이
아니라 긴급 봉합수술만 받은 상태라는 얘기다.
가장 심각했던 회사채시장만 해도 내년 초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문제회사채들을 산업은행이 인수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살아난
것처럼 보여지고 있다. '회사채신속인수'라는 처방이 문제가 많은
편법이라는 점을 모두가 잘 알면서도 묻어두고 있는 이유는 그렇게
해서라도 경제를 일단 굴러가게 해야 한다는 점에 견해가 대개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진념 부총리도 강조하고 있는 바이지만 '4대부문 개혁'이라는것도
2월 말까지 완성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 기본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년 초까지 일단 시간은 벌었는데,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처럼 또 시간만 보낸다면 내년 초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만기가 다시 돌아온 악성회사채들을 또 연장해줄 것인지,
산업은행이 계속 인수해줄 것인지를 놓고 또 한 차례의 혼란과 논란이 일
것이다. 선거의 해인 만큼 현정부도 또 한 차례 특혜를 주기에는 부담이
많을 것이고, 그것이 잘 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은 또다시 연쇄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구조조정이 되지 않은 채 은행들이 계속
하마처럼 공적자금만 요구할 경우 재정은 더 파탄상태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선거의 해와 맞물려 경제의 선순환이 악순환구조로 다시
돌아선다면 '한보-기아사태'로 문제가 시작됐던 97년의
'재판'이 안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제 어느 정도 숨통은 트인 만큼 올해 남은 기간은 임시봉합이 아니라
'진짜 수술'에 전념해야 내년 이후 우리경제의 앞날이 보장될 것이다.
'진짜 수술'이 무엇인지는 경제장관들이나 경제관료들 모두가 잘 알고
있을 줄로 믿는다. (경제과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