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대아한의원 '을 경영하는 김경진(48)씨는 올 연초에 손님을
마중하러 공항에 갔다가 대합실에서 각국의 여행객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공놀이를 하며 뛰어다니는 한국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할말을 잃었다.
김씨는 "아이들의 그런 행위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 부모들이 더욱
한심했다 "고 말했다.
"한국 남성들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또는 현지 생활문화에는 관심이
없어요. 낮에는 '피곤하다 '며 버스에서 졸다가, 밤이 되면 아연 활기를
찾지요. 전라(全裸)에 가까운 금발 미녀들이 나온다는 '리도쇼 '를
관람한 뒤 값비싼 2차, 3차 술자리로 이어지는 행태가 2000년에도 계속된
풍경입니다."
'세계 문화의 수도 '라는 프랑스 파리에서 아르바이트 여행가이드로
일한 유학생 백모(29)씨의 개탄이다. 해외 여행자의 행동은 그 나라
생활문화와 문명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우리나라의 해외여행자는 지난 한해 동안 모두 550만 8242명.
IMF경제위기로 98년 한해 전년보다 32.5%가 감소했지만, 99년 곧바로
회복해 지난해는 사상 최고의 여행객을 기록한 것이다.
94년부터 관광가이드로 일해온 이철훈(44) 한싱여행사 차장은
"한국인 해외 관광객들의 매너가 3~4년 전보다 많이 향상됐다 "며,
"호텔방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행위나 쇼핑센터 물건을
모조리 사가는, 이른바 '싹쓸이 관광 ', 몬도가네식의 '보신관광 '등은
거의 사라졌다 "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한국인은 여전히
적지않다는 게 여행 종사자들의 지적이다.이들은 공항이나 비행기내,
명승지나 유적지, 문화시설이나 시내관광, 호텔이나 식당 등 어디고
가릴 것없이 기본적 매너에 어긋난 행동으로 나라망신을 시키고
있다.
1월 중순 어느날 아침 홍콩의 '인터내셔널 하우스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한국인 관광객들로 소동이 빚어졌다. 김치, 젓갈,
짠지 등 각종 밑반찬을 올려놓고 식사하는 바람에, 옆에 있던
서양인들이 '냄새가 난다 '며 호텔측에 문제를 제기한 것. 홍콩의
여행가이드 김모(34)씨는 "일부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한국인들을
아예 다른 손님들과 격리시켜 놓기도 한다 "고 말했다.
스웨덴 스톡홀름과 핀란드 헬싱키를 오가는 여객선의 식당
입구에는 한때 '한국인 출입금지 '라는 팻말이 붙어있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아침식사를 한국의 배낭족들이 담아가는 바람에 내려진
조치였다.
무료로 뷔페식사를 제공하던 독일의 일부 유스 호스텔들은 한국
여행자들 때문에 유료로 바뀌기도 했다. 해외 여행에서 예약은
기본이다. 호주 브리스번에 있는 어족관 '시월드 '의 단체관광
입장료는 24호주달러(1만6000원)이지만, 한국 학생들에게는
34호주달러를 받고 있다. 시월드측은 "한국학생들은 예약을
하고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더 받는다 "고 말했다. 덴마크
여행사 '아우어에이전트(Our Agent)'의 김명현(43)씨는 "덴마크인들은
최소 3개월 전 예약을 하고, 거의 대부분 예약을 지킨다 "며 "5~8월
성수기 동안 덴마크를 찾는 한국 관광객 중 40%가 별이유없이 여행을
취소하는 바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 말했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병 때문에 일어나는 소동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달 14일 홍콩 관광지 '오션 파크 '에서 한국 남자
관광객이 여자 화장실을 사용한 게 들통나, 미국인 여성관광객에게
항의를 받는 창피를 당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미용실을 경영하는 김순영(47)씨는 "급하다는 이유로
남 ·여 화장실을 구분않고 사용해 외국인 관광객을 놀라게 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고 말했다. 심지어 성추행으로 감옥생활을 한 관광객도
있었다. e삼성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의 윤지원 상무는 "지난해
싱가포르의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던 한 한국인 남성이 무심코
여종업원의 가슴을 만졌다가, 여종업원의 신고로 경찰에 끌려가
성추행 혐의로 곤장형 5대와 함께 수개월간 감방생활을 한 뒤 풀려나기도
했다 "고 말했다.
싱가포르 난양(南洋)공과대학에 재직중인 안재신(58)교수는
"한국인의 국제적 위상은 과거와 다르고, 해외 여행자도 크게
늘어 주요 고객이 되고 있다 "며 "하지만 외국에 나와서
거들먹거리고 문란하며 매너없는 태도는 지양하고 겸손하면서 실력있는
한국인의 참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