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92년 유엔 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처음있는 일로, 정부는
앞으로 인권국가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13일 오후 법무부는 에티오피아인 데구 다다세 데레세(Degu Dadasse
Deresse·26)씨에 대해 난민지위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국에서
오로모해방전선(OLF)이라는 반정부단체 활동을 한 데레세씨는 에티오피아
정부에 체포돼 수차례에 걸쳐 구금과 폭력에 시달리다 97년 탈출, 한국에
와 작년 7월 난민인정을 신청했었다.

법무부 발표 후 데레세씨가 그동안 '숨어 지낸 곳'으로 알려진
경기도 포천군의 한 교회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가
눈물을 흘리며 난민 인정을 받은 기쁨을 이야기 할 것이라는 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데레세씨는 자신이 난민으로 인정된 게 밝혀질 경우
가족의 신변이 위험할 것을 걱정해 신원이 알려지는 것을 극구 거부했다.
더구나 난민인정 소식도 법무부 직원이 아닌 언론으로부터 들은 터라
매우 불안해했으며, 카메라를 보고는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했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뒷모습만 촬영하겠다고 계속 설득했지만
데레세씨는 그동안 자신을 돌봐준 교회 목사와 함께 자리를 떠버렸다.
보도진을 피해 자리를 뜬 그는 고국의 가족들에 대한 걱정으로 내내
눈물을 흘렸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그리고 그 시각, TV 뉴스에서는
법무부에서 내놓은 자료를 인용, 데레세의 사진을 또렷하게 방송하고
있었다.

인권 후진국으로서의 콤플렉스 탓일까. 주말마다 예배에 참여해 주위
교인들과 터놓고 지내면서도 이름을 '솔로몬'으로 숨겨왔던 데레세씨.
그런 당사자를 보호하기보다 홍보에 바빴던 정부와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에 데레세씨와 그 가족이 고통받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