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증권회사 투자상담역 이모(29)씨는 97년 가족들로부터 2억원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지만 모두 날렸다. '돈을 돌려달라'는 친지들 압력에
시달려 온 이씨는 작년 말 상담실적마저 저조해 회사를 나왔다.

당장 목돈이 필요했던 이씨는 고객 돈을 훔치기로 결심했다. 증권회사에
다닐 때 사이버거래 계좌가 허술하게 운영된다는 사실을 알았던 그는
선물·옵션 거래를 즐겨하던 단골고객 이모(40)씨 계좌를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계좌번호와 사이버거래 ID를 손쉽게 입수한 이씨는 숫자를
순차적으로 조합해 이씨의 사이버 옵션거래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계좌에는 52억원이 들어있었다. 이씨는 후배 명의로 B증권사 선물계좌를
개설했다.

지난 8일 이씨는 고등학교 동창인 김모(29)씨와 함께 서울 상도동 한
PC방에 들어갔다. 나란히 앉은 둘은 각각 A증권사와 B증권사 계좌를 열어
주가지수 옵션거래를 시작했다.

이씨가 피해자의 계좌에서 저가에 매도주문을 내면, 김씨가 바로
사들였다. 김씨는 싸게 사들인 옵션을 고가에 매도주문 냈으며 이씨는
이를 매수했다. 차액은 후배 명의의 B증권사 계좌에 쌓여갔다. 다른
투자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매수 매도 주문을 수초 간격으로 냈다.
이런 방법으로 이들은 불과 24분 만에 11억원을 챙겼다.

다음날인 9일 피해자 이씨는 자신의 계좌에서 거액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고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신고했다. 경찰은 IP를 추적,
이들이 주로 남부순환도로 주변 PC방에서 범행한 것을 확인, 그날 낮
12시쯤 전날 거래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신림5동의 한 PC방을 찾은 이씨를
잠복 끝에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