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개막, 8일부터 경쟁작 상영에 들어간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가장
먼저 화려하게 등장한 스타는 이탈리아 영화 '말레나'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와 주인공 말레나 역 모니카 벨루치다.

토르나토레 감독은 89년 칸, 아카데미상을 휩쓴 수상작 '시네마
천국'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 이 신작에서 그는 고향
시실리를 무대로 2차세계대전 중 빚어진 한 아름다운 여인의 비극을
특유의 환상적이고 웃음 넘치며 향수어린 분위기로 만들어냈다.
아름답지만, 그래서 더욱 거친 세월을 살아내기 어려웠던 여인 말레나
역을 맡은 모니카 벨루치는 이탈리아 서부 출신으로, 패션 모델 활동을
하다 배우로 발탁된 미인. 한국에는 프랑스 영화 '라빠르망'
주인공으로 선을 보였고, 데뷔작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성 흡혈 미녀
3인 중 하나로 유명하다. '보리수 나무 아래'(운터 덴 린덴)란 싯적인
이름을 지닌, 옛 동베를린 거리의 포시즌 호텔에서 이들을 만났다.

―왜 1940년 시실리의 ‘말레나’인가.

◇ 토르나토레=나는 매일 영화 생각을 한다. 하루 한 가지씩 이야기가
나오니까, 1년이면 365개 영화꺼리가 나오는 셈이다. 말레나는 11년 전
처음 한 단편 소설에서 얻은 이야기인데 그동안 완전히 잊고 지내다 4년
전 갑자기 생각이 났다. 이 영화에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질시,
사랑, 그런 것을 비춰보고 싶었다.

(이 영화에서 2차대전 중 남편을 잃은 젊은 과부 말레나가 마을에
들어오자 열세살 소년 레나토를 비롯, 모든 남자가 그녀에게 반해버린다.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말레나는 점점 어려움에 처해 끝내 몸을 팔아
연명하고, 그런 그를 늘 숨어서 지켜보는 것은 레나토다. 이탈리아가
패전한 뒤 말레나는 마을에서 쫓겨 나지만, 1년 뒤 마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결말이 찾아든다.)

―여성성을 너무 수동적으로 그렸다고 생각하지 않나?

◇ 모니카 벨루치=말레나의 운명은 남자를 통해 변화된다. 지금 눈으로
보면 수동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나 자신이 모두 서로 알고 지내는
이탈리아 작은 마을 출신이어서 말레나의 운명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여전히 권력을 더 많이 가진 것은 남성이며, 여성들의 삶은 아직도 비극적
요소가 많은 게 사실이다.

벨루치는 "말레나 역이 소피아 로렌, 지나 롤로브리지다 같은 위대한
이탈리아 여배우 전통을 잇는 것"이라고 자부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 떨어져 일해야 하는 것이 힘들다"고 솔직하게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자기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말레나의 대사가 거의 없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 벨='피아노'에서 홀리 헌터도 대사 한마디 없지만, 표정과 손,
그리고 연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보여줬나! 나는 눈으로 얼굴로 손으로
말해야 했다.

―소년의 환상이 흑백 영화로 등장하는 것은 '시네마 천국'의 변주처럼
보였다. 옛 감독들에게 보내는 존경인가?

◇ 토=그보다는 오히려 열세살 소년이 여인에 대해 가지는 성적 환상을
적절히 담기엔 영화가 최고라고 생각해서 였다. 실제 그 나이 아이가
구체적인 상상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가. 자기가 타잔이 되어 어려움에
처한 제인(말레나)을 구한다는 환상이 한 예다.

두 사람은 "환상적 표현을 통해 사랑과 미움, 질투, 그리고 역사의
아픔을 한번 더 생각해보길 원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탈리아에서는
영화 한편 당 평균 제작비가 300만달러(약36억원) 규모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대 스펙터클을 내놓기 어렵다"고 고충을 말한 토르나토레
감독은 "이탈리아의 구체적 역사에서 세계 관객의 보편성을 찾아내려는
노력"이라고 이 영화를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