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권시장 부양을 위해 연금·기금의 주식투자를 늘리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고 따라서 온당치 않다. 이것은 눈앞의 정치적 인기를 위해
다수 국민의 생계안정을 담보 잡히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우리 증권시장은 더 안정되고 더 활성화돼야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제 기초의 안정과 기업의 체질강화를 통해 근원적으로 활력을 되찾는
경제적 정도를 통해서 얻어져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정도를
젖혀두고 우선 다급한 편법으로 인위적인 시장부양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더더구나 그것은 지금까지 정부가
줄곳 되뇌어온 『인위적인 경기 부양은 없다』는 공언과 배치되는 것으로
정부의 신뢰성마저 떨어지고 말 것이다.
연·기금의 주식투자확대가 초래할 가장 큰 문제점은 그것이 직접적으로
연·기금의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가능성이다. 현재 정부가 투자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국민·공무원·사학연금과 우체국 보험기금 등 4대
연기금은 두말할 필요없이 우리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기본적 사회안전망은 그
무엇보다도 시스템의 안정성이 필수적 요건이다. 어떤 경우에도 이런
시스템의 장기적 안정성은 가장 먼저 보장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정부는 만만한 곶감 빼먹듯 걸핏하면 연기금 재원을 돌려쓸
궁리만 해왔고 정부의 이같은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자세가 오늘까지
국민연금 등 주요연금의 구조적 부실을 초래한 장본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외국의 연기금 주식투자 사례를 제시하고 있으나 우리와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우선 공공성이 강한 사회보장적 기금은 외국서도 거의
예외없이 안전위주로 운영된다. 기업이나 개인연금이면 몰라도 전국민의
노후생계가 걸려있는 국민연금을 위험성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무모하고 무책임하다. 또하나의 중요한 측면은 외국과는 달리 우리의
자본시장은 아직도 구조적으로 안정된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연기금
투자의 위험도 또한 외국과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점을 지나쳐서는
안된다.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시장에서 자산운용 기법이나 투자경험도
불완전한 상태에서 섣불리 주식투자에 나선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기업과 시장이 모두 부실한데 연기금만 쏟아붓는다고 시장의
근본이 다시 서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증시의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면
공공성이 낮고 운용의 신축성이 있는 연기금을 선별하여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가는 점진적 방안이 유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