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별세한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 김시라씨는 각설이 타령을 끌어들인 민중극 ‘품바’로 80년대 소극장 연극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전남 무안군 일로면에서 태어난 김씨는 한 때 시를 쓰다가 80년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나자 ‘광주의 한을 어떤 식으로든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연극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을 보고 연극의 힘을 절감해 연극에 뛰어들어 1인극 ‘품바’를 만들었다.
“어얼 씨구씨구 들어간다/ 저얼 씨구씨구 들어간다….” 낮은 자들의 한을 각설이 타령 속에 녹여내며, 힘있는 자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과 냉소를 담아낸 ‘품바’는 81년부터 20년 가까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공연됐다.
김씨는 극작가 겸 연출가였으나 공연마다 고수로 북을 치면서 걸쭉한 사설로 세상을 꼬집고 극의 분위기를 돋궜다. 군사정권 시대의 답답한 세상을 살던 사람들에게 ‘품바’는 신명을 북돋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그러나, 공연 내용을 문제삼은 당국의 금지로 해외 공연이 좌절되는 등 어려움도 겪었다. 그는 2001년 ‘품바’ 20주년을 맞아 대대적 기념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이루지 못하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