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출신의 전직 영어 강사가 4년제 대학 총장이 됐다.
오는 3월 개교하는 원격대학인 한국싸이버대학교(www.kcu.or.kr)의 김정기 (41) 총장. 그는 80~90년대 대학가와 고시촌의 영어 특강을 휩쓴 스타 강사였다. 마흔을 갓 넘은 나이에 4년제 대학 수장이 됐다는 경력도 예사롭지 않지만, 국내서 변변히 학교를 마치지 못한 그의 인생 역정은 더욱 두드러진다.
김 총장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영어교재 「거로 워크숍」 시리즈의 저자이다. 지난 88년 어휘(vocabulary)편을 시작으로, 숙어·독해·토플 등 분야별로 나온 「거로 시리즈」는 160만부 넘게 팔려나간 스테디셀러. 그의 영어 특강을 거쳐간 대학생은 6만여명에 이른다. 고시촌에서도 그는 한 강좌에 수백명씩 앉혀놓고 강의하던 인기 강사였다.
김 총장은 “정규 학과목이 아닌, ‘재야(재야) 대학영어강의’ 분야에선 단연 1위였다고 자부하지만, 우리 사회 중심부에는 한 번도 서본 적 없는 주변부 인생이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60년 경남 거제 태생인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 2때 학교를 그만 두었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대입학원에서 칠판 닦아주고 수강생 관리하는 조교로 취직, 학원 강의실에서 먹고 자는 생활도 했다.
우등생이었던 실력을 밑천 삼아 가정교사를 시작했고, ‘귀에 쏙쏙 들어오게 영어를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나면서 열아홉 나이에 학원 강사로 데뷔했다. 대학 문턱도 밟아본 적 없는 그가 81년 또래의 대학생들에게 영어 특강을 시작해 이듬해부터 서울 시내 주요 대학 특강을 휩쓸었다. 83년에는 「Vocabulary 33000」도 처음 펴냈다.
“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졸업증’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심적인 좌절도 겪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대학원 가는 나이에 저는 뒤늦게 대학에 진학했지요.”
검정고시를 거쳐 84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뉴욕주립대에서 정치학을 전공,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91년 한국으로 돌아와 영어 강의와 교재 쓰는 생활을 계속하다가 30대 후반에 또다른 인생을 시작했다. 미국 밀워키시에 있는 마켓대(Marquette University) 법학대학원에서 협상법을 전공한 뒤 밀워키 지방법원 중재변호사로 활동한 것.
중견 교수와 경합해 압도적인 표차로 그가 총장에 당선된 이유도 남다른 이력이 한몫 했다. 평생교육을 지향하는 사이버대학의 이념에 잘 들어맞기 때문. 자신의 경력답게 김 총장은 “우리 학교를 나오면 곧바로 기업과 사회에서 데려다 쓸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키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