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일본땅에서 명을 달리한 고 이수현(26)씨 죽음은 한·일
관계의 많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씨 집안 어른들은 일본에서 태어나거나 일제시대 일본에 징용당했으며,
혹은 일본에서 명을 달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일본과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밝은 마음」으로 일본을 찾았다.
이씨는 일본에서 대학원에 진학할 꿈을 갖고 있었다. 이씨처럼 일본에
유학중인 한국 학생은 약 1만2000명에 이른다. 일본내 전체 외국유학생의
20% 정도다. 이들 대부분은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어렵게 공부하고 있다.
일본에는 유학생, 상사주재원, 심지어 밀입국자까지 포함해 약 100만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인의 외국인에 대한 시선이 별로 곱지
않다. 특히 아시아계 외국인은 마치 예비 범죄자쯤으로 비춰지고 있다.
「3국인」 발언을 했던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같은
인물이 대표적이지만, 일부 국민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는 듯하다. 일부
언론도 기회만 있으면 「외국인 범죄로 일본 치안이 위협받는다」는
기사를 쓴다. 지난번 조세형씨가 일본에서 도둑질을 하다 붙잡혔을 때도
『도쿄에 빈집털이가 늘어난 건 역시 외국인 때문』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 신문중 하나였던 산케이(산경)신문이 이씨의 죽음을 가장 크게
보도했다. 일본 총리를 비롯한 많은 일본인들도 이씨를 칭송했다. 이씨의
죽음은 이렇게 일본인의 생각을 바꾸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제는
일본인들이 보여줄 차례다.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이씨 아버지의 말을 일본인들이 귀담아 들어주었으면 한다.
( 동경=권대열특파원 dykwo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