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이다~ 깡이다~.”

겨울 연병장은 젊은이 70명이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로 떠나갈 듯 했다.
땅바닥은 흰 눈으로 살짝 덮였다. 쪼그려 뛰기, 팔굽혀 펴기, 온 몸
비틀기…. 목소리가 작거나 마지막 구호를 내 뱉었다간 여지없이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하는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피교육생들은 구호 반, 신음 반으로 헉헉댔다. 그 중에 자그마한 체구에
앳된 얼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2000 시드니올림픽 사격 은메달리스트 강초현(19·유성여고3년). 사격
유니폼 대신 붉은색 이름표를 단 해병대 복장차림이었다. 김포의
청룡부대 유격교육대에서 29일부터 4박5일간 열리는 '겨울캠프(175명
입소)'에 참가한 초롱이였다. "아버지(강희균·99년 사망)가 해병대
출신이셔서 저도 한 번은 꼭 해병대 훈련을 받아보고 싶었어요."
강초현은 지난달 해병대 장병들이 신형 소총을 사라며 모금해 준
250만원을 받는 자리에서 김명환 사령관이 제안한 '캠프 입소'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30일 오전에 만난 '180번 교육생' 강초현은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렸다. 시드니올림픽 후 흐트러졌던 집중력을 다시 키우기 위해서였다.
사격 종목의 특성상 태릉선수촌에서 근력·지구력 훈련을 거의 해 본
적이 없는데도 힘든 내색은 하지 않았다. '헬기 레펠'도 가뿐히
통과했다. 갤러리아 사격팀 동료 2명이 11 높이에서 줄을 잡은 채
시선을 땅으로 하고 떨어지는 게 무서워 눈물 흘리는 걸 보고도
"재미있겠다"며 미소까지 띄웠다.

로프에 거꾸로 매달려 전진해야 하는 외줄타기를 할 때야 비로소 "고생
좀 할 거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남자용 코스'에
도전한데다 허리에 맨 줄 하나에 체중이 쏠리다 보니 무척 고통스러웠다.
"할 수 있겠나"라는 교관의 질문에 해병대 훈병 특유의 "악(예)"하는
오기를 보였지만 호흡이 가빠지다 결국 중간쯤에서 내려왔다.

밝은 표정을 되찾은 강초현은 "아버지가 이런 훈련을 통과하셨다니
자랑스러워요"라며 "지금은 제 자신에게 50점밖에 줄 수 없지만
(캠프에서) 나갈 땐 100점 맞을 거에요"라고 말했다. 더 나은
사격선수로 거듭나려는 '초롱이'의 새해 다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