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배정표를 받아들고 다들 깜짝 놀랐다.
"와, 누구 좋겠네."
"아니, 얘가 어떻게 벌써 방장이야?"
선배들의 짖궂은 잔소리에 민망해 하면서도 현대 김수경(22)은 자꾸
새나오는 웃음을 숨길 수 없다. 지난 28일 여장을 푼 미국 플로리다
브래든턴의 전지훈련 캠프에서 신인 설의석(19)과 한방을 쓰게 됐으니.
데뷔후 2년동안 유니콘스 막내 노릇을 했던 김수경이다. 지난해 후배
마일영을 받았지만, 여전히 공 박스의 한쪽을 나눠들어야 했던 '꼴찌
넘버2'.
그러나 겨우내 그의 자리는 맹렬히 점프했다. 정명원 정민태 조규제의
베테랑 3인방을 떠나보낸 현대 마운드가 평균 연령을 뚝 떨어뜨린데다,
전훈 투수조에 2명의 루키가 끼인 5명의 새얼굴을 데려왔다. 룸메이트
사다리가 어지럽게 '헤쳐 모여'를 거듭한 끝에 우르르 신임 방장들이
탄생했고, 혼란을 틈타 선발진의 막내 김수경이 대뜸 최연소 방장에
등극.
프로 첫해 박경완에 이어 지난해까지 정민태 선배를 모시고 살았다.
빡빡하고 매서운 선배들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엄하고 어려운
형님들이었다. 그러나 감히 꿈도 못꾸다가 얼결에 만난 김수경의 프로
첫 방졸은 만만하고 또 만만한 후배. 그를 하늘같이 여기는 인천고 3년
후배가 아닌가.
"저보다 (설)의석이가 아주 좋아할 일이지요. 더 높은 선배들과 한방
사는 것보다 얼마나 편하겠어요."
엉뚱한 딴청이지만, 난생 첫 방장 역할에 대한 소신과 각오가
남다르다. "후배를 잘 보살피는 따뜻한 선배가 돼 합리적으로 방을
운영하겠다"고 공약.
외부의 견제 세력이 으시시하다.
"너 너무 방방 뜨면, 곧장 내 방졸로 불러들인다."
'호랑이 선배' 박경완이 1차 경고장을 던져 놓은 상태다.
〈스포츠조선 이승민 기자 cjminn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