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들이 내놓는 실업대책의 '재탕 발표'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이 잇따라 발표하는 실업대책은 상당부분이 지난해 11월 16일 나온
'동절기 실업대책'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실업률이 갑자기 치솟으면서
발표된 이 대책에는 고용보험의 고용유지 지원금 지원 실직자 5만명
재취업 지원 공공근로 18만1000명 실시 노숙자 50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쉼터 지원 실직자 생계지원 이직 예정자 및 실업자 직업훈련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이 망라돼 있다.

하지만 이때부터 정부 부처들은 열흘 내지 보름정도의 시차를 두고
발표하는 '눈 가리고 아웅식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 노동부의 경우
고용보험의 고용유지 지원금 지원은 올 1월 17일, 실직자 5만명 재취업
지원은 1월 17일 및 28일, 공공근로 18만1000명 실시는 올 1월 5일과
17일 등 세 차례나 똑같은 내용으로 새로운 정책인 양 발표됐다.

행정자치부의 자치단체 공공근로사업, 산림청의 숲가꾸기
사업(공공근로), 보건복지부의 자활 공공근로, 정보통신부의 공공부문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 교육부의 초·중등 전산보조원, 정부기록물
보존소의 국가기록물 관리보전지원 사업은 실업대책 때마다 등장하지만
이름만 달랐지 모두 공공근로사업이다.

재경부가 발표한 벤처·인터넷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창업 활성화 정책
가운데 대부분은 기존에 나온 것이며, 건설교통부 역시 틈만 나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책을 홍보하고
있다.

때문에 '동절기 실업대책'이 발표된 지 약 2개월 만에 나온 이달 17일
'2001년 종합실업대책' 발표 당시 노동부 관계자는 83쪽짜리
보도자료를 넘기며 군데군데 "새 것"이라며 동그라미를 치는 웃지 못할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표시한 부분은 전체의 30%에 못 미쳤다. 17개
부처가 합동으로 작성한 대책 가운데 상당부분이 '재탕'임을 인정한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실업대책 작성을 담당하는 한 고위 관계자는
"종합대책이란 게 원래 이것 저것 다 포함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담당자는 "시일이 촉박해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눈가림식 정책발표로 인해 실업자들은 혼선을 빚고 있다.
대우자동차 해고자 김모(43)씨는 "최근 노동부가 생계안정자금을
대출해준다고 발표한 내용을 듣고 문의했지만 근로복지공단에서 이미
실시중인 것으로 대출까지 완료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노동부 서울 모
지방사무소 관계자도 "언론에 실업대책이 보도되면 문의전화가
쇄도하지만, 사정을 알기 때문에 답변하는 데 곤혹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