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험성으로 주류에 대항하는 마흔살의 "선댄스 키드" ##
한국에서도 크게 히트한 '비포 선라이즈'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40)는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여전히 최고 스타였다. 25일
파크 시티 프로스펙터스 스퀘어에서 만난 그는 40 문턱을 막 넘은 사람
같지 않게 분방하고 활기 찼으며, 그가 들고 온 애니메이션 '웨이킹
라이프'(Waking Life)와 배우가 딱 세명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
'테이프'(Tape) 2편은 재기발랄 하게 젊은이들 세계를 담아내고
있었다.
91년 단돈 2달러를 들인 '슬래커즈'로 선댄스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한 그는 헐리우드에 맞서는 미국 독립영화의 간판. '멍하고
혼란스러운'(Dazed And Confused) '변두리 아이들'(SubUrbia) 같은
영화를 통해 90년대 X세대의 영화적 대변인이 됐다.
이번에 선보인 신작 2편 중 남다른 형식 실험과 창의성이 두드러지는
것은 애니메이션 '웨이킹 라이프'(Waking Life). 거듭되는 꿈 속에서
한 소년이 갖가지 삶의 교훈을 듣는 모습을 그린 이 영화는 '비포
선라이즈' 뒷 이야기일까. 이 영화 주연이었던 이단 호크와 줄리 델피를
출연시켜 디지털 영화를 찍은 뒤, 배우 움직임 위에 그림을 그려 독특한
분위기를 살려냈다. 이제껏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질감의 몽환적 영상에
아름다운 대사가 어우려져, 영화제 내내 찬사를 받았다.
"'비포 선라이즈' 마지막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이들이 재회할지
궁금해 했지요. 이번에 답을 말한 셈입니다." 링클레이터는 "넓은
의미의 속편을 계속 만들며 '비포 선라이즈'를 평생의 프로젝트로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테이프'(Tape)에도 이단 호크가 출연한다.
상대역은 실제로 그의 아내인 우마 서먼. "부부를 캐스팅할 때, 사이가
좋으면 일이 쉬워지고 나쁘면 힘드는데, 이 영화는 전자였다"며
웃음지었다.
독학으로 영화를 배웠기 때문일까. 링클레이터 작품엔 누구와도 견주기
힘든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그의 영화는 24시간으로 제한된 시간(비포
선라이즈·변두리 아이들), 모텔(테이프) 혹은 편의점(변두리
아이들)처럼 제한된 공간, 100명에 가깝게 늘리거나(슬래커즈) 아예
2명으로 줄인(비포 선라이즈) 등장 인물의 특징을 보인다. "갖가지
제한을 둠으로써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기를 즐긴다"고 말하는 그는
"'웨이킹 라이프'에서 핸드헬드 카메라의 흔들리는 느낌을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덧붙였다.
사색과 상징이 강한 그의 영화를 보고 있자면 관객들은 즉각 자신의
삶에 적용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일쑤지만, 그의 이름이 암시하듯
그런 연계(Link)의 충동은 나중으로(Later) 미뤄둘 것. 그의 영화 속엔
흘려 들으면 후회할 대사와 기름진 은유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링클레이터는 이번엔 두편을 동시에 선보이며 'X' 너머 저편을
넘겨다보기 시작했다.
(파크시티(미국)=이동진기자dj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