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때 헤어진 남편을 53년간 기다리던 할머니가 이혼 판결을 받았다.

J할머니(73)가 결혼 후 혼인신고를 한 것은 해방 직전인 지난 45년 1월. 당시 J할머니는 18세, 남편 K씨는 21세였다. 지독히도 가난한 시절, 고향(북제주)이 같은 부부는 할머니 집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슬하에 자식도 없이 2년쯤 지난 47년, 남편은 『일본에서 돈을 벌어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밀항선을 탔다. 그러나 남편은 7년 후 안부편지를 보낸 뒤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하지만 J할머니는 신혼의 아련한 추억만으로 남편을 기다렸다. 할머니는 『기다리다 지쳐 얼마 후 서울로 올라와 식모살이, 식당일 등을 닥치는 대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희를 넘기면서 당뇨와 신경통 등 노환으로 생활이 더욱 곤궁해졌고, 최근엔 단칸 셋방에서 폐품수집으로 연명해야 했다.

지난해 할머니는 정부의 생활보조금이라도 받으려 해도 56년 전부터 호적에 올라있는 남편의 존재로 인해 대상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작년 가을 소송을 낸 할머니에게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이상훈 판사는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2호)이거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6호)에 해당한다며 이혼 판결을 내렸다. 56년간의 「법적인 부부 관계」를 청산하는 대가로 월 15만원 안팎의 생활보조금을 받게 된 할머니….

그러나 할머니는 25일 『남편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아 죄스럽다』며 생사도 모르는 남편의 행복을 빌었다.